"위안부 합의 빠져나올 때
인권 존엄성 등 '가치' 강조했어야"
"'사드 3불'은 '약속적 행동',
'더 정당한 가치' 더해 벗어나야"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한국 운신 폭이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익을 가치로 포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일 '한국 외교의 미래와 외교 유연성'을 주제로 개최한 포럼에서 가치와 이익을 분리하지 않고, 둘을 동시에 취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동시에 한국을 끌어당길 경우, 가치와 이익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두 사안을 한 데 묶어 독자 운신 폭을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미중 사이에서의 '위치선정' 문제를 뛰어넘어 '외교적 난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도 해당 접근법이 유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2015년 한일 정부가 마련한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흠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실상 합의를 '해체'시킨 문재인 정부 접근법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위 전 본부장은 문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서 "빠져나오려 했다면 (기존 합의) 위에 더 중요한 가치를 던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여성 인권에 대한 존엄성, 국제 인권사회에서 이미 유죄가 돼 있는 현실 등 (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를 포장해 빠져나왔어야 하는데 그게 없어 아쉬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한중관계 화약고로 평가되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이슈' 역시 같은 접근법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위 전 본부장은 이른바 '사드 3불'이 "우리의 대중국, 대국민, 대국제사회에 대한 약속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며 "더 정당한 가치를 부과해야만 빠져나올 수 있지 그렇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드 3불이란 지난 2017년 10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언급한 내용으로, 강 장관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 방어망(MD) 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 등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 정부는 사드 3불이 입장 표명에 불과해 '구속력이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중국은 사드 3불을 '약속'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에 "군사 주권을 중국에 내준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국이 '사드 업그레이드' 의지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데다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역내 역할 확대에 상당 부분 공감한 바 있어, 향후 사드를 매개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흐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위 전 본부장은 사드 3불이 "약속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대외적) 공표였다"며 "대외적으로 한 '약속적 행동'이기에 함부로 다룰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