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코로나19 악화로 4번째 긴급사태 발령
무관중 올림픽 결정에도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 목소리 커져
고집 부리던 일본 정부도 관중 없는 올림픽을 받아들였다.
일본 정부, 도쿄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은 8일 온라인 회의를 열고 도쿄서 진행되는 모든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했다.
올림픽(7.23~8.8) 경기는 일본 내 9개 지자체 42개 경기장에서 열린다. 무관중 경기를 결정한 수도권 4개 지자체에 80% 이상의 경기장이 집중됐다. 다른 지자체서 예정된 경기는 지자체장 판단에 따라 관중 입장 제한폭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도쿄에 4번째 긴급사태가 발령되는 등 최근 도쿄의 감염 확산세 악화에 따른 결정이다. 8일 도쿄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96명으로 전주 같은 요일과 비교할 때 19일 연속 상승했다. 일본 전역의 코로나19 환자는 5360명으로 2주일 사이 1700명 이상 증가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사람의 이동이 늘어나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수도권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확연히 증가 추세에 있다”며 긴급사태 발령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도쿄올림픽은 전 기간 긴급사태 속에 열린다. 개회식 2만 명 입장 허용 등 방역 기조에 역행하는 무리한 유관중 체제를 고집했던 일본 정부도 사실상 손을 든 모양새다.
일본 내 여론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산세로 긴급사태까지 발령한 상황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것 자체에 부정적 여론이 팽배하다. 무관중으로 열리는 개회식에도 각국 주요 인사와 IOC 위원 등 1000명 이상이 입장한다.
“대체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달 초 발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80%를 초과했고,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막대한 중계권 수익을 놓칠 수 없는 IOC의 지지 속에 일본 정부는 반대 여론에도 도쿄올림픽의 안전성을 주장하며 강행 기조를 굽히지 않았다. 유로2020 등 글로벌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코로나19 확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강행한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최 전부터 일본 정부의 ‘안전한 올림픽’ 주장은 깨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선수촌 근무자는 물론 최근 도쿄에 입국한 해외 선수단 중 일부가 이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사람들을 거품으로 감싸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이른바 ‘버블 케어’가 일본 방역 당국의 핵심 정책인데 이미 틈이 생기고 있다.
도쿄올림픽에는 200여 개 국가에서 선수 1만1500명을 비롯해 대회 관계자 8만 명 이상이 들어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인원이 한데 모이는 사례로는 최대 규모다. 이를 놓고 방역 전문가들은 도쿄올림픽이 ‘슈퍼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가 총리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올림픽은 안하는 것이 낫다”고 몇 차례 말한 바 있다. 그 상황을 수치 등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다무라 노리히사후생노동상은 7일 중의원 후생노동 위원회에서 "(스가 총리가 말한 상황은)올림픽으로 인해 감염이 늘고 병상이 부족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답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감염자 폭증 시 올림픽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재도 긴급사태를 발령한 상태인데 올림픽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악재’가 겹치면 ‘의료 시스템 붕괴’ 상황은 급작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무관중 체제로도 전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상 초유의 무관중 올림픽에 이어 올림픽 중도 중단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현실에서 도쿄올림픽은 이제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