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지원 원하는 듯"
"모니터링 기준 완화 노림수"
북한 외무성이 미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힌 가운데 북한의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담당 부서가 아닌 경제 관련 부서에서, 그것도 책임 없는 연구원을 내세워 입장을 밝힌 것은 외부 지원 수용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남긴 글에서 "이번에 입장을 발표한 북한 외무성 국제경제기술촉진협회는 북한 외무성 경제국이 국제사회 비정부 성격의 시민단체들과의 경제 기술 관련 교류를 진행할 때 사용하는 명칭"이라고 말했다.
태 의원은 북한이 미국의 인도적 지원 이슈를 "정치적 문제로 접근하려 했다면 북한 외무성 내 국제기구국이나 미국 담당국에서 입장을 발표했을 것"이라며 "(북한의) 입장 발표 주체와 논조를 보면, 북한이 자존심과 체면을 살리면서 코로나 봉쇄에 상응한 북한의 특수한 모니터링 기준에 맞게 (인도적 지원을) 수용할 방도를 모색 중에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밝혔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북한 고위 관리가 나서 미국을 비판하지 않은 것은 미국의 지원을 원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등 주요 당국자가 아닌 외무성 연구원 개인 명의로 미국을 비판한 것은 향후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차원이라는 평가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지난 11일 강현철 국제경제 및 기술교류촉진협회 상급연구사 개인 명의 글을 홈페이지에 올려 미국의 인도적 지원을 비판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 연구사는 해당 게시글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난을 언급하며 '미국이 인도적 지원과 인권을 연계해 내정간섭을 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수혜국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적 악용'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태 의원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 지원 수용하기 앞서 '인도적 지원의 비정치화'를 내세워 분단이라는 한반도 특수성에 부합하는 모니터링 기준 완화를 강력히 요구해왔다.
태 의원은 "이번에 북한이 불현듯 코로나19 팬데믹을 거론하여 '정치적 악용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로부터 백신을 도입하는 경우, 백신 접종 현장 방문 등과 같이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모니터링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그는 "장기 국경봉쇄에 지쳐있는 북한이 점차 백신접종에 눈을 돌릴 것"이라며 "이번 북한 입장은 현장 모니터링을 차단하면서도 효능이 좋은 백신을 제공하라는 일종의 '백신 문턱 높이기'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가 현장 접근을 차단하는 북한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백신 지원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글로벌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는 북한 주민에게 실제로 백신이 제공되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을 포함해 대북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피력해온 미국 역시 북한의 지원 요청과 모니터링 체계 확립 없이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각) 북한 외무성의 입장 표명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국경을 봉쇄하고 국제적 구호 제안을 거부함으로써 원조를 전달하는 데 심각한 장벽을 만들었다. 기존 인도주의 사업의 이행과 감시를 담당하는 인력 또한 제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