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문 빅텐트' 시각차 좁히지 못한 듯
金 "11월 야권 단일후보 뽑으면 된다"
주변에선 "만나보라", "매달려야" 독촉
민심탐방 중 만남 이뤄질것으로 예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행보가 빨라지고 있지만,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와 킹메이커 사이의 정치적 궁합이 좀처럼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결국 만날 것이란 데 이견이 없다. 윤 전 총장이 지난 4월 재보선을 전후로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했지만 성사 단계에서 어그러졌고, 이후 미묘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인터뷰 등 공개발언을 통해 "언제든 만나겠다", "때가 되면 얼마든지 뵙고 견문을 들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고, 김 전 위원장도 "만나자고 그러면 내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윤 전 총장을 만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김 전 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언제든지 만나고 싶다'더라"며 "다음날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얘기했더니 '전화 오면 만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거리로 보면, 윤 전 총장이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김 전 위원장이 머물고 있다는 얘기다. 다만 두 사람의 만남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 데에는 야권의 통합 방정식을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정상회담처럼 사전에 의제와 결론을 어느정도 조율한 뒤 만남을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야권 1강 대선주자와 킹메이커의 만남이 가진 상징성을 감안하면 '만남을 위한 만남'으로 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김종인 사이 이견 좁히지 못해"
"입당 의사 밝히고 만날지 여부가 관건"
실제 윤 전 총장은 지난 6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 직후 '합의문'까지 만들어 발표했다. 두 사람은 "확실한 정권 교체를 통해 야권의 지평을 중도로 확장하자"고 밝혔다. 만남 장소 역시 안 대표가 2012년 대선 캠프가 있던 상징적인 곳에서 이뤄졌다.
김 전 위원장과의 만남은 윤 전 총장 대선행보의 최대 분기점이 될 수 있는 만큼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합의를 도출해야하는 만남은 아니지만, 그동안 김 전 위원장이 꺼내놓은 다양한 대권플랜에 대한 호불호 정도는 정리해줘야 한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과 김 전 위원장의 만남은 정치인들의 의례적인 만남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정치적 의미 부여하기 위한 사전조율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직 두 분 사이에 이견을 좁히기가 상당히 힘들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김 전 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고 막판 단일화를 시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8일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이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금 상태로 가는 수밖에 없다"면서 "11월에 야권 단일후보를 선출하면 된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처럼 야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김 전 위원장이 (좌장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것과는 별개로 매달려야 한다"면서 "대권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김 전 위원장에게 좀 더 특별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민심탐방을 끝내기 전까지 주요 인사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도 당연히 만나게 될 것"이라면서 "입당 의사를 먼저 밝히고 만날지, 그 전에 만남이 이뤄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