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1심 불복 항소장 제출…"법적 근거 없다"
SKB "망 이용대가 지급 근거 명확"…반소 제기로 맞불
망 무임승차 논란 불구 넷플릭스 강경 태도에 장기전 가능성 커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두고 벌이는 법적 분쟁이 2라운드를 예고하고 있다.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항소를 통해 강경한 태도를 내비치면서, 양측의 망 사용료 전쟁이 장기전으로 흐를 조짐이다.
지난 15일 오후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판사 김형석)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넷플릭스 측은 "1심 판결이 CP(콘텐츠제공자)와 ISP(통신사업자) 간 전제가 되는 역할 분담을 부정하고 인터넷 생태계 및 망 중립성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1심 판결에 반발했다.
이는 앞서 6월25일 법원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망 사용료 지급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1심에서 망 이용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한 것에 대해 불복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법원이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했지만 그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항소의 이유로 꼽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제1심 판결은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그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는 전혀 특정하지 못했다"며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야 할 사실 및 법리적 오류이다. 제1심 판결은 인터넷 생태계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도 이에 맞서 넷플릭스가 당사 망을 이용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1심 승소 판결문을 근거로 대응하겠단 입장이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항소심에서는 넷플릭스가 망 대가 지급 의무를 강제할 법적 근거 없다는 점과, 법원이 기업간 합의를 인정한 점 등을 내세울 것으로 보여 양측의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 등을 통해 망 이용대가 지급을 대체하는 것을 제안했으나, SK브로드밴드는 오픈커넥트 설치와 망 이용대가 지급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처럼 양사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과 1심 판결문을 비추어 볼 때 망 사용료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전으로 흐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재판부가 "사적자치의 원칙에 비추어 법원이 금전으로 그 지급을 명하는 것은 당사자들 사이의 합의가 완전히 결렬된 이후에 한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 양사의 합의가 결렬되기 까지 채무범위 확정 등이 어렵다고 본 점도 그렇다.
SK브로드밴드가 주장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이 성립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에 배타적 이익을 보장하는 권리가 인정되지 않고 그에 대한 침해도 인정되지 않는다.피고가 주장하는 침해부당이득이 성립하지 않고, 그 밖에 달리 피고가 원고들에게 망 이용과 관련된 대가를 청구할 법률상·계약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SK브로드밴드 변호인 측은 "8월쯤 넷플릭스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면 이에 대한 법정 대응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1심에서 부당이득반환채권 성립이 안된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이는 2심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통신업계에서는 글로벌 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도 넷플릭스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것을 두고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항소는 최근 디즈니플러스가 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사를 밝혔고,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추세로 가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는 자체망을 쓰지 않고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간접적으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발의해 대형 CP들의 망 이용대가 지급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