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중학생 살해' 사형 요구 비등
24년째 사형 집행 잠정 중단 상황
洪 "흉악범의 생명권만 소중하냐
피해자 가족 평생 고통 고려해야"
최근 국민들의 공분을 사는 강력범죄가 급증하면서 사형 집행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사형 집행 재개를 공언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대선공약이 빛을 보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강력범죄 보도가 국민들의 공분을 사면서 사형 집행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제주도 16세 중학생 소년 살해 사건, 20대 부부 8세 초등학생 딸 학대 사망 사건 등을 보도한 기사에서는 예외 없이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댓글이 공감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11월 반인륜·흉악범죄를 저지른 지존파 일당 6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등 김영삼정부 막바지인 1997년 12월 30일까지 법에 따라 계속해서 사형을 집행했으나, 이후 24년째 사형 집행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존파의 뒤를 이어 국민들을 경악시켰던 막가파 사건도 1997년 12월 13일에나 대법원에서 사형 판결이 확정되고, 직후 김대중정부로 정권교체가 되면서 아직까지 사형 집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에 국제앰네스티는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했을 정도다.
국민 여론은 사형제 존치와 집행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2018년 8월 21~23일 한국갤럽 설문에 따르면 우리 국민 69%가 사형제 유지를 원했다. 사형제 폐지는 22%에 그쳤다. 2019년 12월 11~12일 박맹우 의원실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설문한 조사에서도 사형제 유지가 57.1%, 폐지가 24.1%였다.
심지어 사형제 폐지 권고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8년 10월 10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도 사형제 폐지 반대가 79.7%에 달했으며, 찬성은 20.3%에 불과했다.
여야 주요 대권주자 중에서는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만 사형 집행 재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홍 의원은 지난 21일 'JP의 희망편지' 8편을 통해 "사형 집행을 지지하면 극우로 내몰리고 사형 집행을 반대하면 인권주의자로 칭송받는 잘못된 풍조가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다"며 "그러면 매해 사형 집행을 하는 일본과 미국은 미개국이냐"고 반문했다.
日, 최고재판소서 사형 선고 기준 제시
법무성, 중국 국적 유학생도 사형 집행
우리 국민 대다수 여론도 사형제 찬성
'사형 재개' 공약, 정치적 중원에 해당
실제로 일본 최고재판소는 1990년 이른바 '나가야마 기준(永山基準)'을 제시했다. 2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았을 경우 명백한 정상참작 사유가 없으면 사형을 선고하도록 하고, 1명을 살해했을 경우라도 가중사유가 있으면 사형 선고가 가능토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7년 다크웹에서 2명의 공모자를 모아 셋이서 한 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른 칸다 츠카사(神田司)에게 사형이 선고, 2015년에 집행됐다.
법무성은 재판소의 판결에 따라 매해 3~15명의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2019년 후쿠오카에서 미성년 자녀 둘을 포함한 4인 가족을 참살한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사형을 집행한 것이다. 대중 저자세 외교로 일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중국 국적 범죄자에 대한 사형 집행이 가능할지 생각해봐야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사형 집행 중지는 2011년 EU(유럽연합)와의 범죄인 인도 조약 체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EU는 사형제를 존치하는 국가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EU와 조약을 체결하면서 이면 합의로 사형 집행 중지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조약은 헌법 제6조 1항에 따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지만 이는 조약의 전문과 본문·부칙에 한정된다. 사형 집행의 명령은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465조 1항의 규정을 외국과의 이면 합의로 무력화한 것이라면 법치주의 원칙 위배가 문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형사소송법상 법무부 장관은 사형 확정 판결 후 6개월 내에 사형 집행을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24년 동안 법무부 장관의 사형집행 의무에 대한 직무유기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흉악범의 생명권만 중하고 억울하게 흉악 범죄의 희생양이 된 피해자 가족이 겪어야 하는 평생 고통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흉악범에 한해서는 반드시 사형이 집행돼야 한다"며 "사회 방위 차원에서라도 사회 안전망 구축 차원에서라도 흉악범 사형 집행은 재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의 릴레이 정책공약 'JP의 희망편지'는 하나하나 살펴보면 사형 집행 재개 주장과 같이 국민 대다수의 여론에 부합하는 '정치적 중원'을 지향한 공약이 많다는 분석이다. 'JP의 희망편지'는 4대 관문공항론을 제안한 이날자까지 도합 10편이 나왔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형 집행 재개, 대학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와 수시를 철폐하고 100% 정시로 통폐합 등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비전을 홍준표 의원이 많이 내놓고 있다"며 "오른쪽에 치우쳐 있는 듯한 프레임과는 달리 정책은 정치적 중원에 터잡고 있기 때문에, 대선이 정책 국면에 접어들면 홍 의원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