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캐릭터탐구⑮] 킹덤: 아신전, 단 하나의 단점


입력 2021.08.04 14:40 수정 2021.08.04 14:38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다크 나이트’가 될 뻔했던 ‘아신전’인데…

‘킹덤’에는 역시 배트맨이 제격인가?

'킹덤: 아신전'의 한 장면. 2차 포스터 일부 ⓒ이하 넷플릭스 제공

영상이 기막히다. 영상미 차원의 얘기만이 아니다. 배우의 대사 말고도 영상이 말을 하고 분위기를 전달하고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화면의 구성과 촬영, 조명과 특수효과와 분장이다.


지난달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아신전’(감독 김성훈, 작가 김은희, 제작 바람픽쳐스, BA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드래곤, 이하 ‘아신전’) 얘기다. 감독 김성훈은 영화 ‘끝까지 간다’ 이후 ‘터널’, 드라마 ‘킹덤’ 시즌1 전체와 시즌2 1화까지 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아신전’은 좀 다르다. 치밀하면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힘 있는 영상은 분명 김성훈 감독의 것인데 줄거리 전개의 비율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마음은 공개되자마자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다.


성인이 된 아신. 캐릭터 포스터 ⓒ

우선 ‘아신전’은 ‘킹덤’ 오리지널 시리즈의 외전으로 한반도 조선에 생사초를 퍼뜨린 장본인 아신에 관한 이야기다. 그가 어째서 이토록 잔혹한 참극을 불러일으켰는지 사연을 알 수 있고, 해서 조선 땅에 불어닥친 비극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근원을 알 수 있다. 일종의 ‘킹덤’ 시즌1 이전의 이야기, 프리퀄이다.


‘아신전’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이 외전은 위인전 형식을 취한다. 김은희 작가는 아신이 어떤 역사적, 지리적 배경에서 태어나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쳐 불사의 괴물을 만들어 조선과 여진에 복수하는 ‘또 다른 괴물’이 되었는지를 들려준다. 아신은 어떻게 빌런(선한 주인공의 대척점에 선 악한)이 되었는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배트맨’ 시리즈 가운데 조커의 탄생 이야기를 담은 ‘다크나이트’ 격에 해당한다. ‘킹덤’의 배트맨은 이창(주지훈 분)이다.


위인전답게 이야기는 시간순으로 전개된다. 이 시간순 전개가 예상치 못하게 발목을 잡는다. 어린 아신(김시아 분)에서 시작해 성인 아신(전지현 분)으로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데, 빌런이 된 후의 활약보다 성장기 얘기가 더 길게 느껴진다. 활약상이 더 활력 넘치기도 하지만, ‘킹덤’ 시즌2 마지막에서 강렬하게 등장한 전지현을 보려는 마음으로 ‘아신전’ 시청을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어린 아신의 얘기가 오래 펼쳐진다.


어린 시절의 아신. 캐릭터 포스터 ⓒ

아신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김시아가 무척 연기를 잘했지만, 아직은 어린이 배우다. 어린이 배우에게 너무 긴 러닝타임을 끌고 가게 한 것은 무리다. 게다가 이미 총 러닝타임을 알고 있는 시청자로서는 상영시간이 3분의 1이나 흘렀는데도 볼 수 없는 전지현을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전지현은 언제 나오나’ 턱을 받치고 보게 되고,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고, 심지어는 ‘등장 후에도, 계속 나오진 않았다’는 의견을 올릴 만큼 아쉬움이 쌓인다.


‘아신전’ 전체에서 전지현의 등장 장면을 모아보면, 시청자 지적대로 분량이 적다. 등장 후에도 성장한 아신이 지붕 위에 올라가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지붕 아래서 펼쳐지고 있는 참극을 내려다보는 장면만 봐도 좀비들의 분량이 훨씬 많다.


예상보다 뛰고 달리고 처절하게 격투하지 않는다. 주지훈이 연기한 이창과 비교할 것도 없다. 전지현이 누군가, 대한민국 배우들 가운데 와이어액션의 최고라 할 만큼 영화 ‘도둑들’과 ‘암살’에서 유려한 액션을 보여주던 그인데 이번에는 움직임이 정적이다. 어린 아신이 어른의 모습으로 바뀔 때의 발차기, 나무를 튕기며 회전하는 모습조차 전지현임을 믿기 어렵다.


촬영 현장에서 섬세하고 매너 좋게 연출하기로 정평이 난 김성훈 감독 ⓒ

‘아신전’이라는 제목이 무색하다. 어리든 나이 들었든 아신만 나오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시청자는 시즌2 마지막에 온갖 호기심을 부추기고 멋짐을 폭발한 전지현을 보고 싶었다. 그러함에도 시간순으로 할 것이면 어린 시절을 압축하고 이어 충분하게 성인기를 펼쳐야 했고, 빌런이 된 배경을 충분히 살리려는 게 의도라면 먼저 성인 아신을 등장시켜 시청자 마음을 적신 후 회상으로 넘어가는 등 플레이 백을 활용했어야 조금이라도 갈증을 막을 수 있었다.


감독 김성훈이 그걸 몰랐을까. 영상을 꼼꼼히 장면별로 보고, 인물별 등장 분량을 재 보니 애초 전지현이 촬영한 총 분량이 적다. 촬영 분량이 넉넉해야 사후 편집 과정에서 유년기 압축이든 회상 장치 사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출연진도 많은데 전지현, 전지현 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작품을 위해서다. 주인공이 드라마의 주축으로 서야 작품의 바퀴가 잘 굴러간다. 그것은 곧 시청자에게 덕이 된다. 배우 전지현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둘째 출산 후 광고 등으로 건재함을 넘어 더 아름다움을 과시하기는 했으나 배우는 작품으로 말하는 법, ‘아신전’으로 전지현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시키길 바랐다.


'아신전'의 주연배우 전지현 ⓒ

하지만 결과는 아쉽다. 할리우드의 자본과 인력이 총출동해도 ‘크루엘라’를 제대로 된 여성 빌런으로 만들지 못하는 걸 보면, 대중문화의 성숙도가 여성 빌런을 탄생시키기엔 온전히 무르익지 못한 영향도 있는지 모르겠다.


‘아신전’을 보고나니 ‘킹덤’ 시즌3에서 이창과 아신의 대결은 보기 어려운 건가, 섣부른 추측을 하게 된다. 조선에 생사초를 건네주었고 그 뒤로는 알아서 자멸했대요…가 되는 것일까. ‘아신전’에서 여진족의 공멸, 그 과정에서 아신의 활약조차 생생히 볼 수 없었는데 시즌3에서도 지붕 위 어디선가 지켜볼 아신의 존재로 끝나는 것일지 조바심이 난다.


아닐 것이다. 불사의 괴물들을 치료하기 위해 생사초의 근원을 찾으로 북방으로 떠난 이창과 아신이 격돌하든, 조선에 불사초를 건넨 아신을 이창이 결국 찾아내든 해결점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얼마나 좋은 소재인가,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 안으로는 조학주(류승룡 분), 밖으로는 아신과 대결해야 하는 이창의 어깨가 무겁다면 스페셜 에피소드 ‘이창전’도 가능하지 않을까.


'킹덤' 시즌3를 고대하며… ⓒ

아니다. 직업을 잊고, 기자를 팬으로 만들어 기대와 실망과 희망의 파노라마에 들게 하는 드라마 ‘킹덤’. 사실 가장 바라마지 않는 것은 오리지널 시즌3의 공개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