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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모가디슈'·'싱크홀'· '인질'...여름 텐트폴 키워드는 '리얼리티'


입력 2021.08.09 13:13 수정 2021.08.09 13:17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모가디슈', 모로코 100% 로케이션

'싱크홀', 심혈 기울인 세트

'인질' 배우 황정민의 설정을 영화에 그대로 차용

개봉 12일 만에 170만 관객을 돌파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모가디슈'를 시작으로 여름 성수기에 출격하는 쇼박스의 '싱크홀', 뉴(NEW)의 '인질' 등 대형 배급사들의 작품들이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세 작품은 각기 장르는 모두 다르지만 현실에 입각한 '리얼리티'를 강조하며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주재 강신성 대사가 소말리아 내전 속에서 탈출로가 막힌 채 북한 대사 관계자들과 함께 합동 탈출 작전을 펼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30여 년 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만큼 사실적인 상황을 그려내기 위해 소말리아 국영방송의 한 간부가 쓴 탈출기와 기밀 해제된 미국 대사관의 공식 기록 등의 문서에 의지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이국적인 배경이 주는 낯섦과 시대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모가디슈' 제작진은 2019년 11월부터 2월까지 4개월 동안 모로코 남서부 지역의 에사우이라에서 100% 올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해 완성했다. 류승완 감독은 "저희는 알지도 못하는 곳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정말 저희가 찾았던, 소말리아 사진 속 건축구조와 공간구조가 거기 있었다"라며 에사우이라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영화에 출연하는 조, 단역 흑인 배우들도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오디션을 통해 발탁했다. 남북 외교관 팀들의 생존을 향한 극적인 탈출은 이같은 노력으로 생상하게 그려졌다. 이에 '모가디슈'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최단 시간인 7일째 100만을 돌파, 12일째 170만 관객을 모으며 순항 중이다.


'모가디슈'의 뒤를 이어 출사표를 던지는 영화는 재난 블록버스터 '싱크홀'이다. '싱크홀'은 11년 만에 마련한 내 집이 지하 500m 초대형 싱크홀로 추락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내 집 장만'이 필생의 숙제인 현 사회의 평범한 어른들의 애환과 재난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렸다.


'싱크홀'의 최대 과제는 초대형 재난 자체를 시각적으로 실감나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공개된 영화에서 지하 500m 속 극적인 긴장감을 유지시켜줄 세트는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와 함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제작진은 싱크홀 발생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지하 500m 지반의 모습을 담은 대규모 암벽세트를 만들었다. 또 건물이 무너지며 발생하는 흔들림을 전달하기 위해 짐벌 세트 위에 빌라 세트를 짓는 대규모 프로덕션을 진행했다.


또 물이 차오르는 장면 촬영을 위해 아쿠아 스튜디오에 빌라 옥상까지 포함된 수조 세트를 만들었다. 또 지반이 흔들리는 연기를 배우들이 실감나게 할 수 있도록 세트 바닥을 반원으로 지어 재난 상황의 긴박감을 강조했다. 김혜준은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매 순간이 재난같았다. 우리가 지반이 흔들리는 거를 경험해본 적이 없지 않냐. 세트 자체에 반원으로 만들어서 실제로 땅이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이 됐다. 진짜처럼 연기를 하면 됐던 현장이었다"라고 밝혔다.


평화롭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 속 장수동을 표현하기 위해서 지상세트는 5개월에 걸쳐 빌라와 각종 편의시설 등 총 20여채 건물을 지어 완성하기도 했다.


'모가디슈'와 '싱크홀'이 현지 촬영과 세트로 인해 생생한 환경을 구축했다면 '인질'은 배우 황정민을 내세워 리얼리티에 힘을 줬다. 배우 황정민이 납치를 당했다는 가상의 설정이지만 극중 인물 황정민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배우 황정민의 설정을 그대로 차용했다.


영화는 황정민이 2005년 '너는 내 운명'으로 26회 청룡영화상에서 생애 첫 남우주연상을 받고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하면, 60여 명 정도 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이렇게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거든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던 수상소감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가 출연한 '부당거래', '국제수사', '히말라야', '베테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의 영화 장면과 이로 인해 흥행에 성공해 충무에서 가장 바쁜 황정민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또 '신세계'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성웅을 동료 배우로 섭외하는가하면, 황정민이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소품들을 그대로 가져와 우리가 알고 있는 황정민의 카메라 밖의 모습도 탄탄히 쌓아올렸다. 이와 함께 제작진은 황정민과 박성웅을 제외한 배우들은 모두 신예, 혹은 스크린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로 포진시켰다.


리얼리티는 실제 사건이나 공간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몰입감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많은 영화들이 재현 장르가 갖는 가공성을 배제해 리얼리티를 우선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사실과 영화 속 가상 설정 사이에서 균형이 무너지면 오히려 몰입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물리적인 현실과 정서적인 현실이 맞닿을 수 있도록 설정을 유지해 가져가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영화 '인질'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배우 황정민 자체를 그대로 영화 속으로 가져간 시도가 세 영화 중 가장 흥미를 유발하나 황정민이란 지극히 사실적인 존재와 이를 위협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총이나 폭탄, 그리고 결국엔 황정민이 모든 걸 해결하는 결말이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황정민의 말이 필요 없는 연기, 납치범으로 등장한 신예들의 존재감,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지는 쫄깃한 추격 과정은 텐트폴 영화로써 무리 없다는데 이견이 없지만, 사실과 가상의 간극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인질'을 향한 관객들의 평이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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