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더욱 빛난 공적 역할
농업·금융 디지털 혁신 속도전
농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첨병 역할을 자처하며 이른바 사회적 백신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다. 전국에 촘촘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농협의 강점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빛을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이제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농업부터 금융까지 전 분야에 걸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발동된 보건용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 수급 조정 조치에서 우체국과 함께 농협 하나로마트가 공적 마스크의 판매처로 활용됐다. 전국 2200개에 달하는 매장을 가진 하나로마트의 유통망이 코로나19 방역조치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로 쓰인 것이다.
농협은 당시 마스크 물량 확보를 위한 전쟁을 치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하나로마트 앞에서 긴 줄을 서는 국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서였다. 직원들이 공휴일에도 전국 교육청을 방문해 학교가 보유한 공공비축 마스크를 수거했을 정도다. 공적 마스크 제도가 종료된 같은 해 여름까지 전국 하나로마트에서 공급된 마스크는 2000만개에 달했다.
농협은 코로나19 이후 판로를 찾지 못해 생계가 막막해진 농가 지원에도 팔을 걷어 붙였다. 농협이 전개한 꽃 소비촉진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연초부터 기승을 부린 코로나19로 입학·졸업식 대목을 놓친 화훼농가를 돕고자 은행과 하나로마트 방문 고객들에게 꽃 나눠주기 행사를 펼쳤고, 농협몰과 공영홈쇼핑에서는 꽃 특별 판매전을 진행했다. 이렇게 범농협 차원에서 소비한 꽃만 지금까지 816만송이에 이른다.
금융 분야에서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긴급여신을 지원하고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며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국민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했다. 이밖에 취약계층에 도시락 40만개, 농산물 꾸러미 5만개를 지원하는 등 토종 먹거리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 이성희의 100년 청사진 '비전 2025'
이 회장의 시선은 이제 미래로 향하고 있다. 그는 '혁신과 소통으로 농민과 함께하는 디지털 농협 구현'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범농협 디지털 개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실부터 마련했다.
이 회장이 새로운 100년의 발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비전 2025'의 근간 역시 디지털이다. 신농법·신농자재·신농기계를 보급하고 농촌 생활 전반의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 분야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디지털 농업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발전하면 NH농협금융지주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관련 프로젝트에 5000억원에 달하는 통 큰 투자를 선언하면서 금융권 디지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농협금융은 디지털 시스템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은행 3200억원 ▲생명 484억원 ▲증권 469억원 등 약 5000억원을 IT부문에 투자해 고객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농협 구현을 위한 투자와 함께 지속가능한 농업, 농촌의 발전을 위해 혁신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