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는 李-尹…갈등 '잠정 봉합'
尹측, 발표회 참석 여부 못 정해
또다시 파열음 날 가능성 높아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마련한 '토론회'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19일 간신히 봉합 국면을 맞았다. 설전의 한 복판으로 뛰어들었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그리고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침묵하기 시작하면서다.
야권 주자 중 '지지율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세를 불리고 있는 윤 전 총장은 특히 당내 갈등과 관련해선 나흘째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15일 "국민의힘부터 먼저 공정과 상식으로 단단하게 무장돼야 한다"고 말한 게 마지막이다. 그는 정책 관련 행보 역시 취소하며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전 총장 측은 본격적인 대선 경선의 시작을 알리는 후보 등록일(30일)까지는 최대한 이같은 보수적 행보를 걸을 전망이다. 공식 후보 등록 이후에는 당 대표가 한 발 물러서고,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대선 경선 무대의 한가운데 서게 되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 역시 지난 17일과 19일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모두발언을 생략하며 말을 아꼈다.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평소의 모습과 달리 백브리핑도 진행하지 않았다.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다.
이로써 가까스로 갈등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실제로는 '잠정 봉합'일 뿐 언제든 다시 파열음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갈등의 도화선이 된 '토론회' 이슈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최근 예비후보 토론회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이 대표는 경선 흥행과 대선 주자 검증을 위해 토론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윤 전 총장 측은 '경선 과정에 이 대표가 너무 많이 개입한다'며 반발했다.
이같은 갈등 끝에 국민의힘 최고위는 지난 17일 사실상 윤 전 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18일과 25일로 예정됐던 토론회를 취소하고 정책 발표회로 갈음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아직 발표회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윤 전 총장의 입장에서는 선뜻 '발표회에 참석하겠다'고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선준비위원회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토론회를 거부하던 윤 전 총장이 발표회엔 참석한다면, '토론회가 무서워서 피하느냐'는 다른 주자들의 비판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릴 수 있어서다.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토론이 그렇게 겁나고 토론도 못 할 그런 후보들이라면 저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밟고 오시든지, 아니면 나오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고, 홍준표 의원도 "대통령 후보를 하겠다는 사람이 토론을 겁내고 회피하고. 어떻게 5000만 국민을 상대로 설득하고 나라를 끌고 가려 하는지"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반면 사실상 최고위원회가 윤 전 총장을 배려해 토론회 개최를 취소하고 비전발표회로 갈음하기로 했음에도 불참을 결정하면 '지도부 패싱' 논란에 또다시 불을 붙일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잡음'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출범할 때까지는 이러한 긴장 관계가 계속 지속되지 않겠느냐"며 "대선 국면에서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비정상적인 수준의 신경전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