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여성 콘텐츠의 진화①] 방송가에 스며든 ‘페미니즘’


입력 2021.08.20 14:00 수정 2021.08.20 11:46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2020 도쿄올림픽 ‘젠더 감수성’ 화두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시청자, 수용자들 변화했다”

지난달 28일 KBS 강승화 아나운서는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 32강을 중계하며 ‘여궁사’를 ‘궁사’로 고쳐 읽어 찬사를 받았다. 화면 속 자막에는 ‘여궁사’라고 표기가 됐지만, 강 아나운서가 ‘여’라는 표현을 뺀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젠더 감수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그동안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게 흔히 쓰이곤 했던 ‘태극낭자’라는 단어부터 성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얼음공주’와 ‘여우’ 등 중계진들의 시대착오적 발언들이 수차례 비난을 받았다.


ⓒKBS 캡처

이는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면서 시작된 변화와 맞물린다. 페미니즘은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는 역사 깊은 이론이지만 국내에서 대중화가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여성 혐오적 표현이 담긴 한 칼럼이 화제가 되자, 트위터상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지면서 페미니즘이 대중들에게 인식됐다.


이후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통해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졌다. ‘여자들이 나를 항상 무시한다’는 이유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역설적으로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눈뜨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지난 2018년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을 거치며 문제의식을 느끼는 이들은 더욱 많아졌다.


대중문화도 예외는 없었다. 콘텐츠의 부족한 젠더 감수성을 지적하고, 페미니즘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시대에 발을 맞추지 못한 성차별적 설정이나 표현은 어김없이 비난을 받는다.


성별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다. JTBC ‘해방타운’에서는 편안한 차림으로 집에서 술과 안주를 먹는 장윤정에게 ‘아재’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서 ‘나는 남자다잉’을 주제로 출연진들에게 ‘상남자’의 모습을 강요하고,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키의 깔끔하고, 꼼꼼한 면을 두고 ‘이모’라는 자막을 붙인 사례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tvN, KBS 캡처

지난해에는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차별적 시각을 드러내는 드라마, 예능들이 이어지면서 ‘갈 길이 멀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KBS2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는 김밥집 직원들이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호객행위로 손님들을 붙잡는가 하면, 그들의 미모를 보기 위한 손님들로 가게가 꽉 들어차는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여성을 단순히 남성의 눈요깃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tvN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에서는 여성 코미디언들이 황제성을 주위에서 섹시 댄스를 추며 “한 푼 만 줍쇼”라고 외쳤고, 객석에 앉은 남성 출연진들이 지폐를 던지며 환호하는 모습이 담겨 물의를 빚었다.


SBS ‘더 킹:영원의 군주’는 구시대적인 대사로 뭇매를 맞았다. 대한제국 최초 여성 총리인 구서령이 “와이어 없는 브라는 가슴을 못 받쳐 준다”고 언급, 탈코르셋을 외치며 ‘여자다움’을 탈피하려는 현재 흐름에 역행하는 전개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다행인 점은, 꾸준한 문제 제기와 주체적 여성을 향한 요구가 이어지면서 의미 있는 여성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마인’에서는 소중한 것을 위해 연대하는 강인한 여성들을 담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노는 언니’, ‘골 때리는 그녀들’, ‘용감한 솔로 육아- 내가 키운다’에서는 여성 스포츠인, 여성 축구, 싱글맘 등 새로운 주인공들을 내세우며 여성 예능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팀 신혜정 활동가는 “특정한 계기를 집어서 말하긴 어렵겠으나, 서서히 그런 변화가 오고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시청자, 수용자들이 변화한 것이 큰 것 같다. 지난해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에서 여고생이 치마 입고 테이블 위에서 춤추는 걸 아래쪽에서 찍는 등 논란이 됐었다. 과거에도 문제적인 장면이 있었을 텐데 ‘편의점 샛별이’ 당시에는 민원이 7000건 이상이 들어왔다고 하더라.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혹은 이런 문제의식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변화”라고 말했다.


[여성 콘텐츠의 진화①] 방송가에 스며든 ‘페미니즘’

[여성 콘텐츠의 진화②] 선입견 뒤집는 여성 콘텐츠들

[여성 콘텐츠의 진화③]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콘텐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