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패권 경쟁 속 기술 절대 우위 유지
"경쟁력 잃으면 재기 어려워"…‘투자=생존 전략’
인텔 M&A 앞세워 파운드리 등 역량 강화 잰걸음
삼성전자가 공격적 투자를 통해 반도체 왕좌를 수성하고 인텔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인수합병(M&A)을 앞세워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인텔로부터 기술 초격차를 바탕으로 우위를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과 인텔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절대 우위 리더십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국내외 ‘비상 상황’을 감안한 행보로 풀이된다. 막대한 투자가 동반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경쟁력을 잃으면 재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격적 투자가 사실상 삼성의 생존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삼성은 향후 선단공정 조기 개발과 선제적 투자로 반도체 사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모리 분야에서 기술 절대 우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의 이같은 계획은 최근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 타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면서 전례 없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패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에 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EU 역시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점유율 20%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기존 주력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벗어나 위탁생산(파운드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있는 인텔의 기세가 거센 상황이다.
인텔은 펫 겔싱어 CEO 취임 이후 공격적인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의 부흥을 위해 M&A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인텔은 애리조나에주에 200억달러(한화 약 23조38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파운드리 진출을 공식화했다. 또 파운드리업계 4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약 300억달러(약 34조원)에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인수가 성사되면 인텔은 타이완 TSMC와 삼성전자와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엔비디아와 AMD가 장악하고 있는 GPU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암호화폐 채굴 등으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GPU시장에 진출해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의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갤 싱어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에서 합병이 있을 것이고 그런 경향은 지속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통합의 주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과 인텔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양사가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여러 분야로 진출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그 동안 총수 부재 등 여러 변수로 투자 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 역시 M&A를 강조하며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양사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올해 2분기 인텔을 11분기만에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 탈환에 성공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반도체 매출은 202억9700만달러(약 23조87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017년과 2018년 이뤄진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2018년 3분기까지 1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메모리 제품 가격 약세가 지속되며 인텔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