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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내홍에 수출기업 발 ‘동동’…산은 융통성 발휘해야 [김민희의 해설(海說)]


입력 2021.08.25 07:00 수정 2021.08.25 05:42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노사 임금인상률 이견 커…창사 이래 첫 파업까지

시장가격 맞춘 임금인상 필요…외국선사 인재 유출 우려도

수출대란 불가피…산업은행, ‘해운 재건’ 목적 아래 유연한 태도 취해야

HMM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선박.ⓒHMM

HMM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갈등에 국내 수출 기업들의 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 HMM의 배가 멈출 경우 대규모 수출 물류 대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파업 등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쟁의권)을 확보한 HMM 해상노조는 사측에 단체 사직서 제출을 예고했다. 사무직원으로 구성된 육상노조는 이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나선다. HMM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1976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것은 임금 인상률에 대한 극심한 이견 때문이다. 올해 HMM 육·해상노조는 사측에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200% 지급을 요구했다. 반면 HMM 사측은 임금 5.5% 인상, 월 급여 100% 수준의 격려금 지급안을 제시했다.


이후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서 임금 8% 인상, 격려금 300%, 연말 결산 후 장려금 200% 추가 지급 등의 조정안을 내놨으나 무려 95%의 조합원이 반대해 부결됐다.


노조의 극심한 반발의 배경에는 ‘시장가격’ 대비 낮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HMM의 평균 연봉은 6000~7000만원으로 현대글로비스, 팬오션 등에 비해 1000~2000만원 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육상 직원들은 지난 8년간 임금이 동결됐고, 해상 근무 직원들도 6년간 임금이 제자리걸음이었다. 해운 시황이 풀린 만큼 그 반대급부를 원할 만한 상황이다.


단순 생산직 근로자들과 달리 HMM 근로자들은 항해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 선원이거나 해외영업 등을 수행하는 고급 인력들이다. 이들을 원하는 시장도 형성돼 있고, 실제 스위스 글로벌 해운사 MSC는 HMM 해상직원들을 겨냥해 더 높은 임금으로 스카우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시장 가치와 무관하게 ‘파업을 피하려면 돈을 더 달라’고 떼쓰는 게 아니라 ‘정당한 가치를 평가해달라’는 이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볼 필요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MM이 협상의 여지를 갖지 못한 것은 ‘채권단 관리’라는 신세 때문일 것이다. 3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처지에 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게 HMM이 처한 형편이다.


잠정합의안에 90% 이상이 반대하고 파업 찬반투표에서 90% 가까이 찬성했다는 건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없단 얘기다. 노조가 물러설 생각이 없고 사측도 룸(room)이 없다면 결론은 파업 뿐이다.


파업은 수출 대란으로 이어진다. 현재 국내 수출기업들은 역대급으로 치솟은 해운 운임과 선복 부족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선사 HMM이 파업할 경우 수출길은 사실상 묶이게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대체 인력을 구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칼자루는 산업은행이 쥐고 있다. 산은은 관리회사의 임금협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비용절감 압박이 곧 임금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공적 자금을 투입한 목적이 ‘해운 재건’이었다면 재건된 해운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주는 유연함도 필요하다. 비싼 돈을 들여 건조한 선박을 인력이 없어 놀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민희 기자 (km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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