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로 망가진 경쟁체제
경쟁사 진입 차단…독점 고착화
금융당국의 융통성 없는 암호화폐 거래소 규제가 업계 1위 업비트의 독점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금법 시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하며 독점을 오히려 방관·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금법 영향으로 업비트의 점유율이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음달 25일 시행 예정인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하지만 현재 업비트 외에는 단 한 곳도 신고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빗썸과 코인원, 코빗 등 3대 거래소는 현재 실명계좌는 받아놓은 상황이지만 은행들이 확인서 발급을 미루며 사업자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팍스처럼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고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한 중소 거래소들 역시 은행들의 미온적 태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개설 확인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미 암호화폐 시장에서 업비트의 영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막강한 상황이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업비트의 지난달 말 예치금은 5조2678억에 달한다. 반면 빗썸은 1조3492억원, 코인원은 2476억원, 코빗은 685억원이었다. 업비트의 예치금이 3개 거래소의 총 예치금 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이용자 수와 거래 횟수도 업비트가 압도적으로 높다. 7월 말 기준 업비트의 이용자 수는 모두 470만5721명으로 빗썸(130만6586명)의 3.6배, 코인원(54만7908명)의 8.6배, 코빗(10만856명)의 46.7배에 달했다.
특히 최근에는 상당수 거래소가 폐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신규 이용자들의 업비트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4월부터 석 달간 업비트 신규 가입자 수는 모두 177만5561명으로 같은 기간 빗썸(45만175명)·코인원(17만1446명)·코빗(4만4864명) 등보다 월등히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업비트 독점 체제로 인한 부작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업비트의 경우 이용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향후 독점체제가 더욱 확고해질 경우 이같은 문제가 더욱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업비트의 독주 무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융통성 없는 규제가 부채질을 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특금법 시행 이후에는 업비트 외의 거래소가 남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조건적인 규제를 통해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는 방법으로는 가상자산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며 “특히 독점 체제가 고착화 될 경우 이용자 입장에서도 과도한 수수료 등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원포인트 특금법 개정으로 은행, 거래소, 투자자에게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