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개봉
최선을 다해도 더 나빠지기만 할 때가 있다. ‘최선의 삶’은 의도하지 않게 나쁜 선택을 반복하는 10대 소녀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관객들에게도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영화 ‘최선의 삶’은 열여덟 강이(방민아 분), 아람(심달기 분), 소영(한성민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흔들리는 10대 소녀들의 불안한 내면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품이다.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늘 함께하는 세 명의 소녀들은 함께 있으면 두려울 것이 없었다. 술집에서 술을 먹다가 돈을 내지 못했을 때도 친구가 있어 든든했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아파트 계단에서 잘 때도 서로가 있어 즐겁기만 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가출까지 함께 감행한 그들이지만, 어느 순간 관계가 급변하기 시작한다.
우정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시작한 ‘최선의 삶’은 점차 무거운 문제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아람이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 폭력까지 동반한 심각한 왕따 문제 등 10대들이 직면하기엔 어렵고, 무거운 문제들이 주인공들을 괴롭힌다.
그러나 ‘최선의 삶’은 청소년 문제를 심각하게 들추는 고발성 영화는 아니다. 그들의 미숙하고 불안정한 내면을 담담하게, 그러나 꼼꼼하게 포착해 스크린 위에 펼쳐낸다. 불안하고 흔들리는 한 시기를 지나는 인물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한 그때 그 감정을 되새기게 만든다.
가출과 폭력, 방황 등 자극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소재들이지만, 직접적인 묘사는 최대한 피하며 인물들의 감정에만 집중한다. 때문에 왜 그들이 엇나간 선택을 하게 되는지, 나쁜 결과 앞에서 또 미숙한 선택들을 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담은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서사의 불친절함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인물의 감정선을 놓칠 경우, 몰입 자체가 힘들 수 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소설에 등장하는 빈부 격차 문제나 가정환경에 대한 묘사를 생략했고, 책을 읽지 않은 관객들은 영화를 다소 모호하게 느낄 수도 있다.
배우들의 열연이 부족함을 서사의 불친절함을 다소 채워준다. 주인공 강이로 분한 강민아는 친구가 전부였던 평범한 10대 소녀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파국을 맞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연기하며 현실감을 높인다.
심달기는 겉으로는 아무 생각 없어 보이지만, 깊은 상처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아람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스크린 데뷔한 한성민 역시 소영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안정적으로 그려내며 이해도를 높인다.
예민한 10대의 내면을 향한 감독, 배우들의 섬세한 접근이 돋보이는 ‘최선의 삶’은 9월 1일 관객들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