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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떠난 사람들②] 유종필 "호남, 잘못된 농사에 물대고 있어"


입력 2021.09.03 00:30 수정 2021.09.03 10:1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26년 민주당적 정리 후 尹에 합류

"민주당, 우상이 이성을 집어 삼켜"

"소득주도성장·北비핵화? 판타지"

"호남의 명분 없는 고립, 부끄럽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유종필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64)은 한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26년 간 몸담았던 정당을 떠나는데 깊은 고민은 당연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산으로 들로 방황도 했고, 은퇴도 고려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변질과 국가의 기틀이 무너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전라남도 함평이 고향인 유 전 구청장은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해 한국일보·한겨레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집행위원과 기자협회 편집국장을 거쳤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의 공보특보를 맡아 ‘돌풍’을 일으키는데 핵심 역할도 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지역 민주당의 ‘성지’로 여겨지는 관악구에서 구청장을 역임했다.


이력만 보면 전형적인 ‘민주당원’인 유 전 구청장은 떠나는 이유로 ‘문재인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이야기 했다. 그는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감격했는데, 그 하루 존경하고 실망의 연속”이라며 “민주당의 도덕적 파탄과 무능, 후안무치함과 내로남불이 당원으로써 너무 괴로웠다”고 했다.


민주당의 현 상황에 대해서는 “우상이 이성을 집어 삼켰다”고 진단했다. 강성 지지층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 유력 인사들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옹호, 한명숙·김경수 관련 법원 판결 불복 등 이성적으로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우상화’가 됐다는 것이다. 유 전 구청장은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의 민주당도, 노무현의 열린우리당도 아닌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고 평했다.


특히 호남 출신인 그는 고향의 민심 흐름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과거의 호남고립은 군부독재에 저항한다는 대의명분과 함께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의 호남고립은 ‘우리 정권 감싸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다. 유 전 구청장은 “윤석열을 쫓아내기 위해 정권이 호남 출신 검사들을 전면에 배치했다”며 “부끄럽다”고 했다.


다음은 유 전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Q. 민주당에 26년 있었다. 얼마 전 기자회견 때 말을 잘 못하더라.


“울컥해서 말이 잘 안나왔다. 내 청춘을 바친 곳인데 안 그렇겠나. 김대중 후보를 모시고 정권교체를 했고, 노무현 후보와 함께 정권재창출을 했다. 2008년 통합민주당 대변인을 하면서 최장수 대변인 기록도 세웠다.”


Q. 떠나기로 결심한 배경이 무엇인가.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를 보고 감격했는데, 그 하루 존경하고 실망의 연속이었다. 무능과 도덕적 파탄, 후안무치와 내로남불이 당원으로써 너무 괴로웠다. 조국 전 장관 일가뿐만 아니라 한명숙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까지 명확한 증거에 따른 법원 판결을 부정한다. 특히 상층부 인사들이 그 비리를 옹호하고 있고, 또 옹호를 안하면 왜 하지 않느냐고 지지자들이 따진다. 이게 정상적인 집단인가. 도덕적으로 완전히 타락했다.”


Q. 왜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나.


“우상이 이성을 집어 삼켰다. 속칭 친노라는 사람들이 숨이 죽었다가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자양분 삼아 부활했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신화가 있었지만,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과 장례위원장을 하면서 우상이 됐다. 오늘의 문재인을 있게 한 업적이나 사상, 철학이 있나, 그냥 우상이 된 것이다.


조국을 예수에 비유하고, 그 어머니는 성모마리아를 자처하고 민주당의 대선주자들은 이걸 또 옹호한다. 이게 사이비종교가 아니면 무엇인가. 김대중의 민주당, 노무현의 열린민주당까지는 그래도 이성이 지배하고 역사를 진전시키는 방향으로 갔다. 문재인 민주당의 비극은 이성이 떠난 빈 자리를 우상이 채우면서 시작됐다.”


Q. 민주당에서 그렇게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게 잘 이해가 안 된다.


“문 대통령과 조 전 장관은 특수관계다. 그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조 전 장관을) 후계자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의혹이 쏟아질 때 대통령 본인이나 조 전 장관을 위해서도 멈췄어야 했는데, 그대로 밀고 가서 이 꼴이 난 것이다.


더 나아가서 지금은 그 우상에 경배하지 않고는 민주당에서 배지 달기도 쉽지 않다. 우상에 경배하고 586 실세들에게 부역해야 민주당에서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김 전 대통령 때만 해도 운동권이 ‘디제이 리더십’ 아래에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례로 김대중 때 이해찬과, 노무현 때의 이해찬, 문재인 때의 이해찬이 각각 다르다. 김대중 정부 때는 굉장히 합리적인 사람이었으나, 노무현 때 오만과 독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때의 이해찬 전 대표는... 박원순 전 시장 장례식 때 기자를 상대로 한 발언을 보자. 총리와 당 대표를 지낸 사람의 발언으로 합당한가. 김 전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이 돌아온다면 자기가 알던 이해찬이 맞나 의심해볼 것 같다.”


Q. 문 대통령에게 실망했다고 했다.


“구청장 할 때 직원들이 소득주도성장이 무엇이냐고 많이 묻더라. 그 때 말했다. 판타지라고. 소득주도성장은 말이 마차를 끄는 게 아니라 마차가 말을 끄는 격이다. 소득은 성장의 결과물이지 성장의 동력이 되는 경우는 없다. 삼류학자들의 말을 가지고 국가 정책으로 삼는 경우가 어디 있나.


판문점 회담도 판타지다. 비핵화 의사가 애당초 전혀 없는 세력에게 비핵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받아와 국민과 국제사회에 보증을 서고 있다. 탈원전도 있고, 문재인 정권 초반부터 잘못된 단추를 끼웠다.”


Q. 대북 유화정책 혹은 햇볕정책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시작했다. 김 전 대통령이 틀렸다는 것인가.


“햇볕정책은 북한의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까지 유효했던 것이다. 햇볕정책 자체가 북한이 핵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려졌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은 핵이 목적이 아닌 미국과의 수교와 경제발전이 목표라고 파악했다. 또한 동아시아 핵 경쟁을 우려하는 중국이 반대할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김일성은 정작 핵을 가져야 북한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유훈도 남겼다. 김 전 대통령은 그 부분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햇볕정책은 폐기했어야 했다. 정책은 실패할 수 있고 수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 후예들이 햇볕정책을 도그마로 만들어버렸다. 도무지 수정할 줄을 모른다. 호남에서도 김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다.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시기 전에 실패를 인정하셨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의 대북정책은 그때보다 더 나갔다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한 손엔 대화, 다른 한 손에는 튼튼한 안보라는 원칙을 쥐고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조금만 싫어할 것 같으면 훈련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취소한다. 실명을 공개할 순 없지만, 현 정부 고위 인사는 북핵을 인정하자고 하더라. 북한과의 대화, 교류협력은 필요하지만 튼튼한 안보가 병행돼야 한다.”


Q. 방금 말한 것처럼 호남이 문재인 정부를 탄탄하게 받치고 있다.


“안타깝다. 문재인 민주당이 괴물이 되고 있는데 여기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호남이다. 문재인 정부에 다른 모든 지역이 부정적이라고 해도 호남만은 지지를 보낸다. 과거 김대중 야당 시절에도 호남이 고립됐지만 그때는 명분과 정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을 쫓아내기 위해 앞장세운 검사들이 다 호남출신이지 않았나. 부끄럽다. 고향 사람들 만나서 조국 전 장관 이야기 잘못 꺼내면 큰일이 날 정도다. 호남이 잘못된 농사를 짓는 논에 물을 대고 있다.”


Q. 기자 출신이고 언론노조에서 활동도 했다.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어떻게 보나.


“삼권을 다 장악했으니 이제 ‘4부’ 언론에 눈을 돌리는 거다. 이른바 사이비 진보 언론, 어용 언론만 가지고 하기엔 한계가 있으니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봐도, 국제적으로도 명분이 없으니 잠깐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지켜봐야 한다.


사실 김 전 대통령이나 노 전 대통령도 언론에 피해의식이 강했다. 과수원에 수만 개 사과가 다 정상인데 1~2개 썩었다고, 그것만 보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언론의 감시 기능이다. 썩은 1~2개가 퍼지면 다 썩어버리니 그걸 방지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언론사 세무조사를, 노 전 대통령은 기자실 폐쇄를 했는데 취재 관행 합리화 같은 명분은 있었지만 목적은 언론사 압박이었다. 그래도 언론을 손보겠다는 말은 차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 정부는 아예 대놓고 언론사 문을 닫게 만들겠다고 한다.”


Q.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상임고문이 됐다.


“문재인 정권의 큰 실정 중 하나는 어설픈 이념으로 국민을 다 찢어 놨다는 것이다. 이 정권이 5년 더 지속된다면 나라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공포가 있다. 정권교체를 통해 사이비 좌파들이 실시한 분야별 정책들을 다 청산해야 한다. 낡은 이념은 버리고 실용·합리·상식 중심으로 국민을 통합해야 한다.”


Q. 윤석열이 그 적임자인가.


“윤석열은 문재인 정권의 불합리한 것에 대해 가장 용감히 싸웠다. 싸우려고 한 게 아니라, 직분에 충실하다가 싸움이 된 것이다. 그래서 정권교체 상징이 됐고, 윤석열이 있었기 때문에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미완의 대기다.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소탈하고 정직했으며, 배짱과 당당함은 지도자의 풍모가 있다고 느꼈다. 원석은 매우 좋은데 그것을 어떻게 절차탁마해서 작품이 되느냐가 문제다. 본인의 노력과 또 주변에서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본다.”


Q. 개인의 정치적 욕망 때문이 아닌가. 그리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배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지적은 충분히 가능하다. 고민을 많이 했다. 정치라는 게 공적인 명분과 사익을 조화시키는 데 있다. 내가 종교지도자는 아니지 않나. 명분만 가지고서도, 또 사익만 우선해서도 안 된다. ‘철새’라고도 하던데, 철새는 춥고 배고픈 곳에서 따뜻하고 배부른 곳으로 간다. 나는 그 반대로 가는 거다.(웃음) 그리고 배신은 내가 아니라 지금의 민주당이 예전의 민주당, 김대중 민주당의 가치를 배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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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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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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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카게살자 2021.09.03  03:22
    제아무리 탈당의 명분이 있더라도 그들은 눈엣가시로,배신자로 볼것이다 그러니 윤석렬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집안은 자손대대로 낙인이 찍힐것이고 어쩌면 패가망신이 될수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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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niter 2021.09.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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