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산 144조...전년 대비 27조↑
증권사 가입 금액 낮춰 대중성 확보
테마·해외투자랩으로 라인업 확대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지면서 일임형 랩(wrap)어카운트 시장이 부각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과거 VIP들의 전유물로 인식됐지만 투자금액 하향 등 진입 장벽이 낮아지며 시중 뭉칫돈이 유입되는 추세다. 증권사들은 해외랩과 다양한 테마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랩 계약자산은 144조938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7조9738억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랩 고객수는 173만198명에서 183만3390명으로 10만3192명 늘었다.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객수는 최근 3년간 6월 말 기준 ▲2018년 166만9763명 ▲2019년 170만5928명 ▲2020년 173만198명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감싼다는 뜻의 영어 단어 ‘랩(wrap)’과 계좌를 의미하는 ‘어카운트(account)’가 결합된 말이다. 증권사가 투자자와 투자일임계약을 맺고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지난 2010년 초 투자자문업계를 중심으로 주목받았지만 특정종목 편중으로 인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인기가 식었다.
최근 랩어카운트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해외펀드 등 투자처를 다각화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모펀드 사태 여파로 고액자산가의 자금이 랩상품으로 흘러들어간 가운데 투자 금액이 하향 조정된 것도 관심도를 높였다. 증권사들은 과거 1억원에 달했던 최소 가입 금액을 1000만원 이하로 낮추고 각종 이벤트를 열어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 계좌에서 비대면으로 랩어카운트에 가입하면 가입금액 1000만원당 투자지원금 5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한다. 온라인 전용 ‘매크로온앤오프랩’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플레인바닐라자산운용의 자문을 받아 해외 주식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외화 등에 투자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공모주, 우주항공, 메타버스 등 다양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고 있다.
KB증권도 랩어카운트 상품 가입고객에게 국내주식쿠폰과 투자지원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다음달까지 연다. KB증권의 ‘KB 에이블 어카운트’는 지난 6월 초 잔고 6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는 기관투자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외부위탁운영관리(OCIO)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고액 자산가 대상 ‘KB 에이블 어카운트 H’의 가입 증가가 두드러졌다.
증권사들이 탄력적인 운용에 나서면서 상품 라인업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투자 관련 랩 상품이 더욱 활발하게 출시되는 분위기다.
유안타증권의 경우 대만 증시에 직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 ‘We Know 대만 탑티어주식랩‘을 출시했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산업군 내 선두 기업, 실적 우량주, 고배당주, 고성장주, ETF에 투자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중국본토 자문형 e랩’을 내놨다. 경기와 상관없이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산업 대표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투자 시 자산 배분, 포트폴리오 조정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지만 일반 투자자가 스스로 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며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금융기관에서 제공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랩어카운트, MP 보험 등과 같은 자동 투자 시스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