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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逆)선택 아닌 여(與)선택 방치…그래도 될 사람이 된다


입력 2021.09.08 07:21 수정 2021.09.07 13: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이재명-윤석열, 이재명-홍준표 1대1 지지도가 보수 후보 결정?

형수 쌍욕과 두 마음 봉하마을 방문 후보 대결 과연 이뤄질지...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서명을 마친 서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안상수 후보는 '역선택 방지조항 제외'를 주장하며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왼쪽부터 황교안, 최재형, 강성민, 장기표, 윤석열, 원희룡, 박찬주, 박진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역선택 대신 본선 경쟁력으로.’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무척 짜증이 나게 하고 걱정스럽게 한 국민의힘 대선 경선 규칙이 ‘역선택 방지’를 포기하는 대신 ‘본선 경쟁력’을 묻는 절충안으로 정해지는 듯하다. 상식에 맞는 결정이다.


보수우파의 대표 선수를 뽑는 최선의 방식을 끌어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장 정홍원이 애를 많이 쓰긴 했다. 그러나 공연한 수고와 분란을 일으킨 면도 없지는 않다. 결국 될 사람이 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역선택이니 뭐니 하는 수작으로는 최종 후보 자체를 뒤엎을 수는 없다. 역선택 때문에 예선에서 탈락할 후보라면 본선은 해보나 마나다. 이것은 간단한 산수다. 여권 지지자들이 윤석열이 올라올까 무서워서 홍준표를 택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그가 예선에서 떨어진다면, 윤석열은 결승전에 가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절대 득표수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실 ‘역(逆)선택’이란 말은 옳지 않다. ‘여(與)선택’이라고 해야 더 사리에 맞다. 역선택이라고 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전화가 올 것에 대비, 미리 마음을 먹고 본선에서 자기 편에 유리한 상대편 후보를 고른다는 말 아닌가? 이건 상식과 현실에 맞지 않는 억측이다. 물론, 그러는 사람이 소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실제 투표에서 자기는 민주당의 이재명이나 이낙연을 찍을 사람이지만, 굳이 물어본다면 야당 후보로는 홍준표를 윤석열보다는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한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윤석열을 혐오하고 홍준표를 선호하는 그들의 표심은 의도적인 역선택이 아니라 투표와는 관계없는(찍을 일이 없으니까) 여(與) 지지자들의 ‘한번 해보는’ 선택에 불과하다.


논객들의 결론은 이미 나 있다. 찍지 않을 사람들의 선호도를 가지고 최종 후보를 정하는 건 난센스이며 자살의 길이라는 것. 그런데도 이 표라도 긁어모아서 야당 후보가 되거나 지지표 숫자를 늘려 보겠다는 사람들의 뻗대기로 ‘역선택 방지’ 시도가 물 건너갔다.


1대1 가상 대결 지지도를 묻게 될 ‘본선 경쟁력’ 지지도에서 홍준표를 이재명(민주당 최종 후보가 된다면)보다 지지하겠다는 사람이 많을지 윤석열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을지는 예측이 어렵지 않다. 보수 후보만이 아닌 전체 지지도 응답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권 지지층의 경선 ‘승복’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되고 이낙연 떨어지면 1번 후보 지지 않겠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물은 조사에서 “지지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같은 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66.2%에 불과했다. 국민의힘 지지층(75.5%)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중앙일보는 이 결과를 민주당 지지층의 ‘본선 이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지지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이낙연 후보 지지층의 22.0%는 “아무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했고, 19.7%는 심지어 “다른 정당의 최종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설문에 응답했다.


민주당, 즉 진보좌파 지지자들의 이번 대선에 임하는 심사가 복잡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거칠게 분석하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재명, 이낙연 선호는 최선이 아닌 차선의 선택으로서 두 사람 중 한 명을 ‘마지못해’ 지지한 것이다. 따라서 그가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할 경우 그를 이긴 다른 후보에 대한 미련은 더욱 없어질 것이라는 게 ‘본선 이탈 예정자’들의 생각이다.


중도층, 이른바 스윙 보터(Swing Voter, 부동표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아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진보좌파로서는 표의 결집력이 다른 대선 때에 비해 약해지는 현상을 예상해야 할 것이다. ‘묻지마 1번’ 투표는 이제 기대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 경향이 이낙연 지지자들에게서 특히 높은 까닭은 이재명에 대한 비호감, 회의론과 연결된다. 형수 쌍욕, 여배우 스캔들을 안고 그가 과연 본선에서 얼마나 표를 덜 잃을 수 있을지(더 얻는 건 고사하고)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이재명의 ‘확장성’에 강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게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현 집권 세력 지지자들의 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야당 후보들은 이런 점에 기대를 품고 자당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보수우파 세력 최종 후보만 되면 해볼 만하다는 계산일 것이다. 벌써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등 실정이 쌓여 있는 상태니 100m 달리기에서 최소한 10m는 앞서서 출발하는 어드밴티지도 있다.


그래서 ‘역선택 방지’ 채택 여부를 두고 큰 싸움이 벌어진 것인데, 윤석열은 이걸 막아야 유리하고 홍준표는 이걸 놔둬야 유리하다. 홍준표 쪽이 다수가 되자 역선택은 하도록 내버려 두고 본선 경쟁력을 따지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 넘어야 할 산은 본선 경쟁력을 묻는 질문 문장이다. 홍준표가 역선택 방지 시도 때 그랬듯이 그 질문을 놓고서도 가장 심하게 뻗대게 될 것이다. 보수 후보 중으로만 국한하면 박빙이거나 그가 역전도 하고 있지만, 전체 지지도에서는 여전히 윤석열에게 10% 포인트 이상 뒤져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와 이재명은 품격과 도의 문제에 관한 한 여야 후보 중에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이재명에 관한 무지막지는 이미 언론에 많이 소개됐고, 앞으로 본선에 올라가 중도 성향 지지자들 귀에 들어간다면 결과 예측이 불가능한, 엄청난 폭발력을 지니고 있는 물건들이다.


홍준표는 얼마 전 봉하마을로 내려가 방명록에 ‘2002년 노무현 후보처럼’이라고 썼다. 그가 생전의 노무현을 혹독하게 비난한 사람이란 건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노무현을 대놓고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 사람이 민주당 지지자들 보라는 듯 그의 생가를 방문해 예를 표하고 20년 전 경선 대역전의 주인공처럼 후보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형수에게 상상을 초월하는 쌍욕을 한 인격의 후보와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처럼 아무렇지 않게 표변하는 후보 간의 대결이 과연 이뤄질지 지켜보는 마음이 대단히 흥미롭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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