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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제작진 입맛대로”…도 넘은 ‘거짓’ 설정도 재밌으면 OK?


입력 2021.09.09 12:23 수정 2021.09.09 12:2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설수현 딸 "'유자식 상팔자' 방송은 대본...실제 모녀간 갈등 없어"

“대본 없는 예능 없다” vs “제작진 스크립트일 뿐”


리얼 관찰 예능의 대본을 둔 시청자들의 인식과 제작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더구나 예능 프로그램 속의 내용이 논란이 됐을 때 출연진이 직접 “대본대로 했다”고 폭로하면서 ‘조작’에 대한 의구심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설수현 딸이 SNS에 남긴 글(왼쪽)과 설수현과 자녀들이 출연했던 '유자식 상팔자' 방송화면 ⓒ트위터, JTBC

최근에도 이런 의심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일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설수현의 딸이 6년 전 방송됐던 JTBC ‘유자식 상팔자’ 속의 내용을 해명하면서다. 설수현의 딸은 SNS를 통해 해당 영상이 퍼지고, 아들에게만 애정을 쏟고 두 딸을 차별하는 어머니 설수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사실을 바로잡고 나섰다.


설수현의 딸은 “‘부모님을 고발한다’는 방송 특성상 모녀간 갈등을 부각시켜 촬영을 해야 했지만 그때도, 지금도 전혀 문제가 없기에 콘셉트를 정해야 했다. 먼저 대두됐던 콘셉트는 사춘기 반항 소녀였지만 어머니는 내가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아들만 편애하는 엄마’로 가자고 먼저 제안하셨다”며 “재방송이 될 때마다 너무 많은 비난이 일었지만 그 당시는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 중이었기에 어떠한 해명도 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촬영 당시 받았던 대본도 공개했다. 해당 대본에는 ‘주인공은 엄마와 큰딸입니다. 둘의 갈등이 잘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딸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도 반응 없는 엄마, 아들이 원하면 무조건 OK’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제작진이 극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설수현을 자녀를 차별하는 어머니로 묘사한 것이다.


지난 달에도 이와 유사한 논란이 불거졌다. 배우 박연수는 지난달 6일 SNS에 MBN ‘현장르포 특종세상’에 7년간 자연인으로 살고 있는 송종국의 근황과 함께 그들의 자녀인 송지아·지욱의 멘트가 제작진의 ‘조작’이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지욱 군이 “아빠랑 같이 있으면서 많이 배우고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사실 아빠랑 같이 살면서 운동하고 싶다”고 한 말이 전파를 타면서다.


박연수는 “참고 넘기려 했다”면서 “MBN 방송에서 아빠랑 앞으로 살고 싶다는 지욱이 말 방송에서 멘트 시켜서 했다고 집에 와서 얘기하더라. 지아도 ‘내 꿈만 꿔’ 멘트 시켜서 한 거다. PD님께 사과받았다. 일 크게 만들기 싫어 조용히 있었는데 애들 이용해서 이러지 마라. 상처는 온전히 애들 몫이다”라고 분개했다.


일각에선 “애초에 제작진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물론 출연진의 잘못도 가볍진 않다. 시청자 입장에선, 그것이 설령 대본이라고 해도 은연중에 방송의 모습을 믿어버리는 습성이 있다. 뒤늦게 해명하고 정정하려고 해도 미디어의 큰 영향력은, 개인이 바로잡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 잘못을 출연자에게만 돌릴 순 없다. 애초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제작진이 ‘조작’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다. 이는 출연진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인 동시에, 시청자를 기만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심지어 아이들까지 이용하는 제작진의 행태는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제작진의 입장대로, 일종의 ‘스크립트’는 존재할 수 있다. 아무리 리얼 예능이라고 해도 예능적 요소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송 이후의 논란과 파장을 예상하면서도 당시의 시청률과 화제성만 쫓아 조작 수준의 대본을 써내는 것은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리얼 관찰 예능 프로그램의 색깔을 잃기 전에, 기획 의도와 초심을 짚고 가야 할 시점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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