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현시점에
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 안돼"
적대시 정책 先철회 입장 고수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북한 외무성 실무자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줄곧 요구해온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는 그 어떤 접촉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은 24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명백한 것은 종전을 선언한다고 해도 종전을 가로막는 최대장애물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남아있는 한 종전선언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라며 "눈앞의 현실은 종전선언 채택이 시기상조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 부상은 "종전선언이 현시점에서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안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며 "우리는 이미 종전선언이 그 누구에게 주는 '선사품'이 아니며 정세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고도 했다.
그는 한반도 정세와 미중 전략경쟁 구도를 연관 지어 거론하며 미국이 '이중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국방력 강화 정책은 '억지력 확보'로 용인하면서 북한의 관련 정책은 '도발'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 부상은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미국의 한국에 대한 미사일 지침 종료 △한국·일본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판매 △호주에 대한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기술 이전 등을 거론하며 "우리를 힘으로 타고 앉으려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 조치는 '도발'로 매도되고, 우리를 위협하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군비증강 행위는 '억제력 확보'로 미화되는 미국식 이중기준 또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규범을 어기고 핵개발을 지속해 전 세계 안보 불안정을 야기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북핵 대비'를 적대시 정책으로 낙인찍으며 적반하장 식 입장을 밝힌 셈이다.
리 부상은 "조선반도와 주변의 지상과 해상, 공중과 수중에 전개되어있거나 기동하고 있는 미군 무력과 방대한 최신 전쟁자산들 그리고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명목의 전쟁연습들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날이 갈수록 더욱 악랄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선반도에서 산생되는 모든 문제의 밑바탕에는 예외 없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놓여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리 부상은 종전선언 필요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반도의 정전상태를 끝낸다는 것을 공개하는 정치적 선언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는 있다"며 "앞으로 평화보장 체계 수립에로 나가는 데서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 외무성 실무자가 문 대통령 제안에 선을 그은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리 부상은 "제반 사실은 아직은 종전을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주고 있다"며 "우리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달라지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종전을 열백 번 선언한다고 하여도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