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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풀렸지만…갈 길 먼 화장품 리필매장


입력 2021.09.28 07:21 수정 2021.09.27 15:19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조제관리사 없이 운영 가능…7곳 매장서 시범운영

“각 회사마다 용기 달라 친환경 취지 어긋” 지적도

LG생활건강의 리필 스테이션인 '엘 헤리티지1947' 가로수길점.ⓒLG생활건강

화장품 업계의 ‘리필 스테이션’이 조제관리사 없이도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리필 매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화장품 리필 매장이 많지 않은 데다 각 회사마다 지정한 리필 용기가 달라 새롭게 소비해야 하는 만큼 제로웨이스트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 샌드박스지원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알맹상점, 이니스프리 등 2개사가 신청한 ‘조제관리사 없는 화장품 리필 판매장’을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현행법상 화장품 리필제품을 팔 때 매장별로 반드시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가 상주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제관리사 없이 소비자가 리필 매장에서 리필용기에 원하는 만큼 화장품을 담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구매 가능 대상 화장품은 샴푸, 린스, 액체비누, 바디클렌저 등 4종이다.


현재 19개 화장품 리필 스테이션 가운데 알맹상점의 서울역점·망원점, 보탬상점, 카페이공, 이니스프리의 강남점·건대점·신규점 등 7곳에서 2년간 시범운영된다.


이들 매장에는 맞춤형 화장품 제조관리사 대신 대한화장품협회가 진행하는 화장품 관리 교육·훈련을 받은 직원이 배치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리필 매장에서 화장품을 위생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맞춤형 화장품의 품질·안전 및 판매장 위생관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리필 화장품의 품질·안전관리 방법, 소분장치와 재사용 용기의 세척 방법 등이 포함된다”며 “매장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 소비자가 좋은 품질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 리필 문화가 확산되면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이 줄어들어 탄소중립 실현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리필 스테이션 한 곳에서 하루 20건의 리필 제품을 판매하면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 1095kg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화장품 리필을 통해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 저감을 실천할 수 있는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각 브랜드마다 지정된 용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전용 용기를 위한 새로운 플라스틱 생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 상태에 따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경우 전용 용기를 여러 개 구매해야 되는데 이를 제로웨이스트 실천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리필 스테이션에서 각각 전용 리필 용기에만 화장품을 담아주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용 리필 용기는 재활용 플라스틱(PCR PET)로 만들었고, LG생활건강의 용기는 코코넛 껍질을 사용했다.


여기에 화장품 리필 매장이 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어 활성화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다른 용기를 사용할 경우 미생물 번식 가능성이 있고 용기 구조 등에 따라 이물질이 유입된 것을 확인하기 어려워 전용 용기 사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화장품 리필 매장이 활성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친환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나영 기자 (ny403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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