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사업장 임단협 마무리…합법적 파업 불가
과거 총파업 때도 노조 전임자 등 일부만 참여…산업계 영향 미미할 듯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예고한 10월 20일 총파업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오며 산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들은 총파업 당일 110만 조합원이 동시에 일손을 멈춰 전국 공장을 마비시키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각 사업장별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미지수다.
29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주요 대형 사업장 노조들은 10월 20일 총파업 지침에 호응해 조합원들을 향한 선전전 등 사전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특히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에 대해 크게 반발하며 투쟁 시위를 높이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최대 사업장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는 최근 소식지를 통해 양 위원장이 연행되면서 ‘10월 총파업 준비를 열심히 해달라’고 말한 것을 언급한 뒤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110만 조합원이 10월 20일 한 날 한 시 일손을 멈추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며 불평등 사회를 바꾸자는 것이 골자”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역시 소식지를 통해 “민주노총 16개 가맹조직과 16개 지역본부의 모든 조합원이 다시 준비를 해 여태껏 보지 못한 위력적인 10월 20일 총파업 투쟁을 문재인 정권에게 보여줄 것”이라는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의 발언을 조합원들에게 전했다.
조선업계 최대 사업장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도 양 의원장의 구속을 비난하며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 개정 ▲재난 시기 해고 금지 ▲보건의료인력 확대 등 일자리 국가보장 ▲주택‧의료‧교육‧돌봄과 교통 공공성 강화 등 총파업 쟁취 목표를 소식지를 통해 소개했다.
이들 자동차와 조선업체 노조는 각각 수천에서 수만 명의 조합원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최대 조직들로, 이들의 파업 참여 여부에 따라 10‧20 총파업의 파장도 확연히 달라진다.
수많은 협력사들을 거느린 사업장인 만큼 이들이 전면 파업에 나설 경우 전체 산업과 국가 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이 민주노총의 총파업 일정에 맞춰 전면 파업을 벌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합법적으로 파업을 벌일 권한을 확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가 파업을 벌일 권한, 즉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측과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과정에서 의견 충돌로 인해 쟁의가 발생하고, 이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신고한 뒤, 조정 과정을 거쳐 중노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내야 한다. 그 뒤 노조 내부적으로 파업 실시 여부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금속노조 산하 완성차 3사 노조인 현대차, 기아, 한국GM지부는 물론, 조선 최대 노조인 현대중공업 노조까지 모두 올해 임단협을 최종 타결한 상태다. 쟁의발생 요인 자체가 없으니 쟁의권을 확보할 수도 없다. 이 상태로 파업을 단행한다면 말 그대로 불법 파업이다.
이미 임단협 타결을 통해 개별 사업장의 주요 사안들이 정리된 상태에서 노조 집행부가 불법 파업을 결정한다 한들 조합원들의 동조할 리도 없다. 파업에는 임금 손실이 따르고, 특히 불법 파업이라면 법적 책임도 따른다.
현대차와 한국GM,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를 감안한 듯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에 지지를 표하면서도 구체적인 파업 방식은 내놓지 않고 있다. 파업 찬반투표와 쟁의대책위원회 구성 등 파업을 위한 내부 절차도 밟지 않고 있다. 기아 노조는 양 위원장의 구속을 비난하면서도 민주노총의 총파업 방침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시기상으로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임단협을 마무리할 시점이라 다른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 속한 민주노총 조합원들 역시 파업에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민주노총의 10월 총파업에는 생산라인 가동과 무관한 노조 전임자에 일부 조합원들이 연차 등을 내고 참여하는 방식의 ‘확대간부파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총파업이나 2019년 3월, 7월 총파업 때도 전국적으로 공장이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올해 역시 현실적으로 노조 전임자 등 일부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산업 현장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