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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 살인을 부른다 ②] 층간소음 해결할 실질적인 법도 중재자도 없다


입력 2021.10.04 05:47 수정 2021.10.03 10:38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지난해 층간소음 총 4만2250건…1년에 2~3건 정도 살인으로 번져

정부 층간소음 기준 정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 달라 법적 실효성 떨어져

경찰, 기껏 중재자 역할에 머물고 벌금 10만원이면 끝나…전문적인 중재기관 전무

전문가 "층간소음, 시작 1년 후부턴 감정 문제로 변질…소음문제 20%, 감정문제 80%"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는 층간소음 분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층간소음의 기준을 정했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달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경찰이 중간에 개입해도 고작 중재 역할 정도를 하는 게 전부여서 신고 자체가 별 소용이 없다는 분위기이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사례는 총 4만2250건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하며 층간소음이 크게 급증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2019년 (2만6257건)보다 60.9%나 증가했는데 이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지난 9년간 접수된 총 신고 건수(20만6320건)의 20.4%에 달한다.


층간소음 분쟁이 사회적 문제로 격화되면서 정부는 법·제도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음·진동관리법과 공동주택관리법 등을 통해 층간소음의 기준을 정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바닥 충격음의 최소성능 기준을 만들어 중량 충격음 50㏈(데시벨), 경량충격음 58㏈이라는 기술적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소음을 느끼는 정도가 사람 마다 다르다는 것을 간과했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은 "사람마다 느끼는 소음의 정도가 다를 뿐만 아니라 법정 소송을 위해 감정사가 나와 소음 측정을 하는데 이때 소음 유발자가 평소와는 달리 조심해서 소음을 작게 낼 우려마저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차 소장은 이어 "이렇듯 법안의 괴리감이 크고 법적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해결은 커녕 벌금 정도가 나오는 수준이어서 기준안 때문에 오히려 법적 소송만 많아졌다"며 "법 자체가 실생활을 잘 반영했는지에 대한 실효성 측면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장도 "층간소음에 대한 데시벨 측정 기준은 있지만 사람은 감각기관을 통해서 소음에 반응하는 것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이것은 소음이라고 딱 정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층간소음을 경찰에 신고해도 10만원 이하 벌금 정도의 경범죄 수준에 그치고, 경찰의 역할도 기껏 소극적인 중재 역할에 그치니 신고 자체가 소용이 없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표 소장은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환경부에서 제공하는 이웃사이 센터 등의 서비스가 있지만 중재를 받기 위해 신청하고 해결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문제"라며 "무엇보다 중간에서 전문적으로 중재 역할을 해줄 담당이나 관리 기관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층간소음 갈등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 당사자들을 어떻게 중재하고 소통시켜 줘야 될지 모른다"며 "이런 문제가 개선이 안되면 층간소음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층간소음ⓒ게티이미지뱅크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받은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감정싸움으로 증폭돼 겉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번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표 소장은 "처음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에 다툰 후에는 설사 소음이 개선됐다 하더라도 이미 감정이 상한 상태에서 전보다 작아진 소리에도 집중할 수 밖에 없다"며 "또 과거와 다르게 이웃과 왕래하는 문화도 현격하게 줄어들어 위층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 등이 사라진 것도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차소장은 "최근에 발생했던 위층 가족을 살해한 사건처럼 1년에 약 2~3건 정도 층간소음이 살인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층간소음 문제가 분쟁 시작 1년 후부터는 감정적인 문제로 불거지는데 감정이 한 번 크게 상하면 그때부터는 소음 문제가 20%, 감정 문제가 80%로 변질돼 문제의 중요성이 뒤바뀐다"고 말했다.


차 소장은 이어 "시공을 아무리 튼튼하게 해도 위층에 소음원이 존재하는 한 소음은 지속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고 민원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고 덧붙였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발생 이후 한국인의 70%가 짜증, 분노 감정이 증가했다는 말처럼 코로나 블루, 즉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 등을 겪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여기에 재택근무나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면서 답답하거나 짜증 등이 아예 기본 감정으로 깔려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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