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라인 유임…'아베-스가노선' 이어갈 전망
"김정은 만날각오"라면서도 한국에 대해 언급 없어
31일 총선 실시로 G20에서 첫 한일정상 대면 불발
스가 정권의 뒤를 잇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이 공식 출범하면서 한일관계에도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 총리가 내각의 65%를 새로운 얼굴로 채웠지만,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지는 외무상·방위상은 그대로 유임시키면서 한·일 관계에 당장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며 "조건 없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각오"라고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따라 한일관계도 움직일 수 있다는 여지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입장에서 한일관계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가시다 정권의 핵심에 '아베의 그림자'가 짙다는 점이다. 기시다 총리는 모테기 외무장관과 기시 노부오 방위장관은 유임하면서 아베-스가 내각 노선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기시다 정부의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가 문제없다고 여기는 인물이고,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패전일에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모테기 외무장관 역시 아베·스가 내각에서 각종 한일 관련 현안에 강경 입장을 보여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과 위안부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해결책을 가지고 오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文대통령, 한일정상회담 못하고 퇴임하나
더욱이 기시다 총리는 3대 중점 정책 중 하나로 외교 안보 정책을 들었으나 한국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없었다. 이에 기시다 내각도 한일관계에서 역사 관련 이슈는 '한국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기시다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밝혔다. 다만 "마주 앉아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손을 내밀었지만, 당장 연내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초 첫 한일정상 간 만남이 예상됐던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에 기시다 총리가 불참할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이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정상회의가 총선 일정(31일)과 겹쳐 참가를 보류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와의 전화 통화와 대면 정상회담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기시다 총리는 5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본격 취임 외교를 시작했다.
임기를 7개월 남겨둔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도쿄올림픽 계기 정상회담이 무산된 이후 일본과 정상외교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은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9년 12월 이후 22개월간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