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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라고 경찰에 수사권 떼줬나'…대장동 의혹 헛발질에 청장도 고개 숙였다


입력 2021.10.07 05:12 수정 2021.10.07 07:10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與 "철저히 수사하라고 수사권 독립해줬는데 누가 경찰 믿겠나" 질타

준비 안 된 검경수사권 조정 부작용?…업무량 '폭증'에 수사력은 '후퇴'

전문가 "핵폭탄급 정치적 사안에 신중모드 취한듯…사안 특수성 이해해야"

"합수본 구성, 검경 모두 정치적 부담 덜 수 있을 것…검경 협력·성과로 국민신뢰 회복 시급"

김창룡 경찰청장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경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쇄도하면서 경찰의 권한을 확대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검찰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수사 성과 도출만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해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경찰청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화천대유와 관련한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발견됐다는 첩보를 입수해 사건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배당했다. 그러나 이후 5개월 동안 수사 전환 없이 내사만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능력 및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100억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FIU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고도 수사를 안 했다는 것은 경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며 "철저히 수사하라고 수사권을 독립해줬는데 누가 경찰을 믿겠느냐"고 질타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건 관계자들은 모두 잠적하고 증거인멸을 해서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수사할 것이냐"며 "검찰은 소환·압수수색 등 진척이 있는데, 검찰보다 5개월 먼저 단서를 잡은 경찰은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초기 판단이 잘못된 점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하고 "경찰의 수사 의지·역량이 부족하거나 고의적 뭉개기를 시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청 전경 ⓒ뉴시스

법조계 일각에서는 준비가 미흡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실제 경찰은 검찰의 수사 지휘권에서 벗어나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업무량이 많이 늘어나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수사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이 올해(1월~7월) 사건 1건을 처리하는 데 평균 62일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17년 44일 대비 41%나 급등한 수치다. 연이은 격무 탓에 수사 인력 이탈이 가속화되고 수사의 질도 떨어지면서 마땅히 처벌받아야 할 범죄자가 수사 단계에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사안의 정치적 민감성을 고려해 지나치게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던 것이 결과적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진 시점에 유력 후보자까지 연관된 핵폭탄급 사안인 만큼 정상적인 수사라도 정치적 의도가 깔렸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었다"며 "첩보만으로는 즉각 수사에 돌입하기 어려우니 여론이 대두되거나 수사 단서가 명확해질 때까지 신중하게 관망하려던 의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어 "최근 대장동 의혹이 표면 위로 떠오르고 여론도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니까 정치적 관련성이 농후하더라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경찰의 수사 능력이나 의지 문제 뿐만 아니라 상황의 특수성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 현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한편 이번 대장동 의혹 수사는 검경이 수사권 조정 이후 동일한 사건·피의자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첫 사례다. 온 국민이 사건의 진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거나 엇박자를 보일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수사권 조정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될 수 있다.


특히 경찰이 수사의 진도를 나가기 위해선 검찰이 확보한 자료나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필요한 실정이다. 검찰이 이미 핵심 관련자들을 구속하고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해 경찰의 단독 수사가 어려워진 만큼 검경 수사 협의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김창룡 경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관련 검·경 수사 협조가 잘 되고 있느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양 기관이 (협의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검찰과 경찰이 합동 수사단을 꾸려야 한다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적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사처럼 정부 합동수사본부(합수본)도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도 "현재까지는 검·경이 각자 수사를 진행하는 단계인데, 경과에 따라 협의해야 할 상황이 올 것으로 본다"며 합수본 구성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검·경 등 합수본 구성은 상호 간 정치적 부담을 덜면서도 국민적 신뢰를 높일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 결과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검·경 어느 한 쪽만 지는 것이 아니라 양쪽으로 분산이 되는 것"이라며 "여야 모두 검·경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상황에서 합수본은 불신도 상쇄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준태 교수는 "대장동 의혹 합수본 수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양 기관의 좋은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양측이 소모적인 주도권 다툼을 벌이기보다는 원만한 협력을 통한 수사 성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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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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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났어 2021.10.07  04:04
    고양이한테 생선 맡기는 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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