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2021] LH 임대주택 절반이 '에어컨' 없어

신축 공공임대에만 설치 의무화

소병훈 "기존 거주자 상대적 박탈감 느낄 것"

LH 영구임대주택과 50년 공공임대주택 18만2318가구 중 9만1705가구에는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데일리안DB

LH 영구임대주택과 50년 공공임대주택 18만2318가구 중 9만1705가구에는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LH가 신축 임대주택에만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어 기존 거주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LH가 제출한 건설공공임대주택 에어컨 설치 현황을 분석한 결과, LH가 건설한 영구임대주택과 50년 공공임대주택 18만2319가구 가운데 51%인 9만1705가구에 에어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건설한 행복주택도 7만5623가구 중 에어컨이 설치된 주택은 200여가구에 불과했다.

LH는 정부의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 개정 이후 공공주택 사업자가 새로 건설하는 25㎡ 이하 행복주택과 통합공공임대주택에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란 입장이다.

소 의원은 기존에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은 제외돼 해당 임대주택 거주자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LH는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주거취약계층이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이나 국민임대주택 등에 에어컨을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2019년 3월부터 철원갈말 등 전국 43개 지구에서 새로 건설되는 영구임대주택 6434가구에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국감에서 소 의원이 LH가 건설한 행복주택 8만가구 가운데 에어컨이 설치된 집이 고작 193가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공개하자, 정부는 올 3월 '공공주택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해 25㎡ 이하 모든 신규 행복주택과 통합공공임대주택에 에어컨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대상이 새로 짓는 공공임대주택으로 제한되면서 기존에 건설된 영구임대주택과 25㎡ 이하 모든 행복주택과 통합공공임대주택은 에어컨 설치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다.

소 의원은 "기존 공공임대주택에는 에어컨 설치를 안 해주고, 새로 짓는 공공임대주택에만 에어컨 설치를 해주는 것은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LH가 기존에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에 대해서도 에어컨을 설치해줘야 공공임대주택 경비실에도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LH는 2017년부터 모든 공공임대주택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일부 공공임대주택 경비원들이 '실내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아파트에서 허덕이는 입주민들이 한 평 남짓한 경비실에 에어컨이 틀어지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씁쓸하겠느냐'고 에어컨 설치를 거부하면서 설치가 무산된 바 있다.

이에 전국의 LH 공공임대주택 경비실 2998곳 가운데 175곳은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에어컨이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소병훈 의원은 "LH가 영구임대주택 18만가구에 에어컨을 모두 설치할 경우 약 1475억원, 행복주택 7만6000가구에 에어컨을 모두 설치할 경우 약 427억원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무더운 여름을 에어컨도 없이 버텨온 취약계층이 여름을 보다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에너지효율 개선사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예산 및 전기용량 부족으로 에어컨 설치가 어려웠으나 취약계층이 주로 거주하는 영구임대주택에 대해서는 예산을 확보해 점진적으로 에어컨을 설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LH가 건설한 행복주택도 7만5623가구 중 에어컨이 설치된 주택은 200여가구에 불과했다.ⓒ소병훈 의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