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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th BIFF] 하마구치 류스케, '드라이브 마이 카'·'우연과 상상'으로 파고든 내면


입력 2021.10.08 15:19 수정 2021.10.08 15:19        데일리안(부산) =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세계적 영화제 수상, 기쁘지만 어쩌다 내게 온 기회라고 생각해"

"봉준호 감독과의 대화, 꿈같은 시간이었다"

일본의 차세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8일 부산 해운대구 KNN씨어터에서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진행을 맡았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2편의 영화를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보였다.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으며, '드라이브 마이카'로는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와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미우라 토코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우연과 상상'을 통해서는 '우연'을 주제로 한 세편의 단편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두 작품 모두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심사를 하기도 해서 느낀 부분인데 상이라는 건 어찌어찌하다 보니 돌아오는 것인 것 같다. 그때 그 심사위원과 취향이 맞았다던가 때로는 심사하는 사람의 취향과 반대돼 기회가 오지 않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수상을 하게 된 것이라고 여긴다. 수상 여부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해 언급했다. 어느 날 아내의 외도를 발견하지만 왜 그랬냐고 물어보지 못한 상태로 아내의 죽음을 맞이한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이브 마이 카'를 비롯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엔 외도, 배신이 주제로 주로 다뤄진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내 영화 중 배신이 들어가지 않은 영화를 찾는 게 어려울 만큼 많이 다뤘었다"며 "왜 그랬냐고 물으면 모르겠다고 답변을 할 것 같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과정에서 배신도 왕왕 나타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주인공들의 긴 대화를 통해 메시지를 담아내는 전개 방식에 대해서도 이유를 밝혔다. 한 예로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기사 미사키(미우라 도코 분)가 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화를 나누고, 이것이 곧 영화의 메시지가 되기도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캐릭터가 편안해지는 상태로 갈 수 있는 그 지점을 찾는데, 단기적 행복과 장기적 행복을 생각해본다. 단기적으로 편안해지고자 취하게 되는 많은 행동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말을 많이 하는 것"이라며 "시나리오를 써나갈 때 캐릭터의 무엇이 본심이고, 무엇이 거짓말인지를 명확하게 구분하진 않는다. 모른 채 써나가기도 한다. 무엇이 이 사람에게 진심이지라는 걸 더듬듯이 써나가고 있다. 쓰면서 이 사람에게 이게 진심일까, 거짓말일까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최종적으로 표현하는 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말을 거짓인양 뱉을 것인가, 혹은 그 속마음을 털어놓듯 말을 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배우의 표현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나오는 동명의 단편을 영화화한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는 대화가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인 만큼,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이에 대해 '드라이브 마이 카'를 수많은 작품 중에 선택을 한 것은 무라카미 작가의 장편 가운데는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작품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는 건, 내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묘사들이 많았다. 영화화하기에 조금 더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내적인 리얼리티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지 여러 변화를 가미했다. 가령 독백을 통해 내면에 대해 이야기한다던가, 이런 기법은 안일한 기법이다. 설명적이지 않게 내면을 드러내기 위해 고민을 했었다. 여러 개의 이야기, 복수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서로 연관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전날인 7일 진행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에 대해서도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표현한 그는 "봉 감독님이 나를 응시하며 많은 질문을 던져주셨을 때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신체적으로는 피곤한 상태였는데, 봉 감독님의 시선과 질문에 용기를 얻으면서 열심히 답변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감독님으로 원래부터 존경하는 감독님이었다. 어제처럼 길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다. 인간적인 매력에도 압도당했다"고 봉 감독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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