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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법 선고형 약해 실효성 논란…"음주운전 상습범 면허 영구 말소해야"


입력 2021.10.21 05:55 수정 2021.10.21 08:11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전문가 "음주운전, 살인죄의 법정형과 거의 같지만 양형기준 달라 선고형 약해"

"음주운전 충동적·룰브레이커 상습범들 많아…일종의 습관으로 경각심 둔해"

"법적 제재로 사고 발생율 떨어지지 않는 만큼 상습범들은 재발급 아예 막아야"

음주운전ⓒ게티이미지뱅크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형의 가벼움을 지적하며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형벌의 엄중성만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범죄율을 낮추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개인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8일 래퍼 노엘(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아들 장용준)이 서울 서초구 한 사거리에서 차량을 몰다 다른 차와 접촉사고를 냈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에도 불응하며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윤창호법'이 적용돼 검찰에 송치됐다.


또 지난 7일 대전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젊은 남녀 2명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도주했던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처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 법'이 도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1만7247건으로 집계됐는데, 윤창호법 시행 직후인 2019년 집계된 1만5708건보다 10%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사상자도 2019년 2만6256명에서 지난해 2만8350명으로 2094명 늘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윤창호 법으로 음주운전 관련 처벌이 강화됐지만 법의 실효성이 약하다"며

"확실성과 신속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법의 엄중성만으로는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 지적했다. 윤창호 법이 형벌의 엄중성만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 교수는 "법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세 요소가 필요한데 형벌을 강화하는 엄중성, 다른 하나는 실속성으로 범죄가 발생하면 즉시 처벌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하고, 마지막으로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처벌받는 과정인 확실성이 필요하다"며 "형벌의 확실성 부분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윤창호 법은 이 확실성이 담보가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경일 법무법인 엘엔앨 변호사는 "살인죄는 사형·무기징역 5년 이상이지만 윤창호법은 사형은 없지만 무기징역 또는 3년이다. 음주운전은 살인죄의 법정형과 거의 같지만 양형 기준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선고형이 약할 수 밖에 없다"며 "대법원 양형기준에서 본다면 살인 같은 경우 기본형이 10년에서 15년 예정인데, 윤창호법은 보통 2년에서 5년 사이로 양형 기준표로 인한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주운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에 의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속과 교육도 물론 확대돼야 하지만, 대부분의 음주운전자들이 상습범인 만큼 이들에 대한 운전면허 영구 말소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안 걸리겠지, 다를거야'라는 긍정적인 착각이 존재한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는 이성적 판단이 잘 안 서다보니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떠올리지 않는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충동성이 높은 음주운전자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음주운전의 경우는 상당히 습관적인데 일명 '룰 브레이커(Rule Breaker)로 크고 작은 사회적 규칙들을 어긴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음주운전 문제에도 같이 적용될 수 있다"며 "시민사회 교육을 더 강화하고 확대시켜야한다. 결국 음주운전으로 발생하는 사고 역시 사회문화적 문제로 음주운전이 위험하다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게끔 교육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교통학 방면에서 과속, 끼어들기 등과 같은 불법운전이나 음주운전 대부분 상습범인 경우가 많아 위법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게 된다"며 "윤창호법처럼 처벌과 제재를 강하게 적용해도 상습범의 경우 일종의 습관으로 경각심이 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법적 제재를 한다고 해서 사고 발생율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과거에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데 또 적발된 사람의 운전면허를 영구적으로 말소시키거나 재발급을 아예 못 받게 하는 등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제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나 기자 (im21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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