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도발 표현 안써…北에 굴복"
통일부는 20일 북한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결정적으로 파국으로 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북측이 "여전히 대화의 조건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고위 당국자는 "최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등을 연이어 발사하고 있으나,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은 하고 있지 않다"고도 했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한국을 사정권에 둔 신무기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지만, '미국 위협용'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실으며 '북한이 대화의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 의지를 밝혀온 문재인 정부는 대북 저자세를 견지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중기준 철회'를 요구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 이후 북한 군사행동을 '도발'로 규정하지 않으며 북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중기준 철회란 북한의 신무기 시험을 '군사도발'이 아닌 '정당한 국방력 강화 행위'로 봐달라는 뜻이다. 이는 국제규범을 어기고 핵개발을 해온 북한의 무력증강을 비확산 모범국인 한국의 군사역량 강화와 동등하게 간주해달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대북제재)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신무기 시험을 묵인할 경우, 국제규범을 어기고 개발된 북핵도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어 '원칙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통령, 외교부 장관, NSC, 국방부 등 그 어디서도 도발이란 표현을 안 쓰고 있다"며 "누가 봐도 설득력 있는 해석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 요구에 굴복해서 (도발 표현을) 안 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신형 SLBM 발사를 "분명히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해야 한다"며 "북한이 중단하지 않으면 상응조치와 압박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밝혀야 한다. 지금과 같이 '강한 유감'만 발신하면 결국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국제사회의 '인정'은 타방이 문제를 심각히 제기하지 않을 때 굳어진다"고 밝혔다.
한편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가 협의 중인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선 "한미가 공동으로 대북 인도주의 협력(지원)을 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나쁘게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도 코로나19 상황만 개선되면 인도주의 협력을 마냥 거부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8월부터 바닷길을 통해 유니세프(UNICEF)·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인도적 지원 물자를 연이어 수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