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벌금형→2심 무죄→3심 무죄
법원 "남의 말 옮긴 진술, 증거로 인정 못 해"
반 학생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초등학교 교사가 법정 공방 끝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법원은 피해 아동의 진술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고, 피해 아동 어머니의 진술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초등학교 담임교사이던 A씨는 2019년 3월 수업시간 칠판에 숙제 검사 확인용 자석 스티커를 붙이지 않았다며 양 주먹으로 피해 아동(당시 8세)의 관자놀이를 누른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두 달 뒤 피해 아동의 수업 태도가 불량하다며 휴대전화 동영상을 촬영하는 행동을 취하고 "너희 부모님도 네가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아느냐. 찍어서 보내겠다"고 말해 정서적 학대를 가한 혐의 등도 적용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에서 배심원들은 A씨의 혐의 중 일부가 유죄라는 평결을 내렸고,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며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했다.
증거로는 피해 아동 어머니의 법정 진술, 같은 반 학생들을 설문 조사한 자료 등이 채택됐다. 피해 아동이 등교를 꺼리고 결국 전학까지 가게 됐다는 상황도 참작됐다.
하지만 2심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일부 혐의까지 모두 무죄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의 1심 법정 진술에 자기 자녀, 같은 반 다른 아동, 그 아동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말이 포함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2심 재판부는 남의 말을 옮기는 '전문 진술'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남의 말은 그 사람이 사망·질병·외국 거주·소재불명 등의 이유로 직접 진술할 수 없는 상황임이 증명된 때만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
학대 정황도 1심과 다르게 해석됐다. 관자놀이 누르기는 교실에서 약속된 규칙이었는데 재판부는 이런 행동에 교육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또 당해본 학생 대부분이 '안 아팠다'고 응답한 점 등을 볼 때 관자놀이를 한 차례, 1∼2초 눌렸다는 피해 아동의 진술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휴대전화 촬영으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반 학생들에 따르면 당시 피해 아동은 평소보다 심하게 소란을 피웠는데 A씨는 이를 제지하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상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