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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부동산 투기와 전쟁?…법조계 "전체주의적 발상·대장동 국면전환용"


입력 2021.11.02 05:06 수정 2021.11.01 20:50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수사권 있는 부동산 감독원 신설…또 하나의 '옥상옥' 수사기관

법조계 "국민 기본권 과도하게 침해…특정영역 수사권 확대, 사법경찰국가의 길"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 위헌 논란…부동산 백지신탁제, 2012년 헌재 위헌 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2457번지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참석한 의원들과 대화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공약을 연일 쏟아내자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부동산 감독원 신설과 부동산 백지신탁제 등을 새 공약으로 꺼내들고 있는데, 법조계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기를 감시한다는 명분으로 국가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관련 부당한 행위로는 돈을 벌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며 부동산 감독원 신설과 철저한 법 집행 방침을 밝혔다. 부동산 시장의 교란행위를 감시·감독하도록 수사권을 갖춘 기관을 만들면 부동산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또 하나의 '옥상옥(屋上屋)' 수사기관이 생겨 불필요한 공무원수만 늘리고 행정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 부동산 감독원에 수사권을 주자는 발상은 부동산 시장에서 탈법을 감시하기 위한다는 목적과 달리 국가의 과도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민호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이 후보가 부동산 감독원 신설을 말했지만 죄형법주의에 따라 현행 수사기관 제도 아래에서도 확실한 혐의가 있을 경우 부동산 관련 수사가 가능하다"며 "수사권을 가진 부동산 감독원이라는 또 하나의 감찰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은 옥상옥이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부동산시장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기관이 이미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 직속으로 국토부 특사경과 금융위·검찰·경찰·국세청·금감원·감정원 등의 인력으로 구성된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을 설치했다. 하지만 부동산 대응반이 지난 2~7월 내사에 착수해 완료한 110건 가운데 증거 불충분이나 무혐의로 종결된 건수는 55건(50%)에 이르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는 "부동산 감독원에 수사권이 없어서 대장동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금융위원회 산하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있고, 이 곳에서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흐름 관련 자료를 통보했는데도 경찰이 손놓고 수사를 하지 않았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최 교수는 이어 "부동산 감독원이라는 새로운 행정기구를 만들어 매도 매수인의 사생활을 샅샅이 파헤치는 것은 부동산 시장 감시라는 명분으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 감독이 점점 늘어나는 것 자체가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호 교수는 "모든 국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보고 분야별로 감찰기구를 자꾸 늘려 특정 영역에서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은 과도한 통제이자 사법경찰국가로 가는 길"이라며 "스스로 민주적이고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후보가 오히려 전체주의적 권위주의적 시대로 회귀하는 발상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9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공사 현장을 둘러 본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백지신탁제 역시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공무담임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위헌이나 과도한 규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고위 공직자에 대해 주거용 1주택 등 '실소유'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201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부동산과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주식 백지신탁제와 달리 직무관련성 범위를 한정하기 매우 어렵다"며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어 위헌의 소지가 높은데, 위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요건을 완화하면 하나마나한 제도가 되는 만큼 결국 포퓰리즘적인 공약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후보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한 공약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한 배경에는 특별한 목적의 국면전환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검찰 출신 임무영 변호사는 "부동산 감독원에 수사권을 주자고 하니 부동산 대책의 방안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대장동 사태의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며 "기소권 있는 부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닌 특별사법경찰관을 늘리자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지휘를 어떻게 할 지 정해놓은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장 교수도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모든 행정규제 기관에 수사권을 주면 당장 규제 효율성은 높아질지 모르지만 수사권 오남용으로 생기는 문제는 훨씬 크다"며 "왜 굳이 부동산 감독원은 수사 의뢰를 하려고 하는지 먼저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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