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선에 하루 늦게 영국行…동시 참석 시간 반나절 뿐
양측, 과거사 문제 여전히 입장차…약식 회담 부담도 느낀 듯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진행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했지만, 한일 정상회담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일부터 2일까지 이틀 간 COP26 의장국 프로그램인 '행동과 연대' 회의와 정상회의 기조연설, 글로벌메탄협약식 등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오후 마지막 순방 국가인 헝가리로 출국했다.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보다 하루 늦은 2일 오전 COP26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기시다 총리의 해외 일정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으로, 자국 총선 일정 때문에 지난달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COP26에 동시에 참석한 건 반나절 뿐이었던 셈이다. 당초 기시다 총리의 영국 체류 기간이 짧다는 점, 최근 한일 간의 냉기류가 지속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았다. 풀 어사이드(pull aside·공식 행사에서 정상이나 외교관들이 하는 비공식 회동) 형태의 약식 회담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물리적인 시간 문제 외에도, 양측의 미온적인 태도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총리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국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전까지 관계 개선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15일 첫 전화 통화를 했을 당시에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양 정상은 통화에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현안 해결 논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전임자인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와 약식 회담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회담은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스가 전 총리 측이 완강히 거부하면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부터 4일까지 헝가리를 국빈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의 헝가리 방문은 2001년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헝가리 국빈 방문 기간,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 등 4개국이 참여하는 비세그라드 국가그룹(V4) 국가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