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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관계 주도하는 여성들…사극에도 부는 변화의 바람


입력 2021.11.12 13:39 수정 2021.11.12 13:38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홍천기’→‘연모’·‘어사와 조이’

사극에 등장한 능동적인 여성 주인공들

조선시대 유일한 여화공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가 하면, 또 다른 작품에서는 노름꾼 남편과의 이혼을 부르짖고 있다. 여성은 왕이 될 수 없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남장을 하고 왕이 된 여성 이야기를 다루며 금기를 깬 사례도 있다. 여성 서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도 변하고 있다.


ⓒKBS, tvN

최근 종영한 tvN ‘하이클래스’와 SBS ‘원 더 우먼’을 비롯해 현재 방송 중인 JTBC ‘너를 닮은 사람’, ‘구경이’, 넷플릭스 시리즈물 ‘마이 네임’까지.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여성 캐릭터가 전개의 중심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원톱으로 나서 활약하는가 하면, 연대 또는 대립을 하며 극을 전개시켜 나간다.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축구하는 여성들을 향한 뜨거운 응원에 힘입어 시즌2를 방송 중이며,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여성 댄서 열풍을 끌어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서사를 향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극 속 여성 주인공들도 ‘당당함’을 추구하고 있다. 사극은 각 작품이 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특성 때문에 여성 서사가 발전해도 그 변화를 따라가는 것이 힘든 장르다.


여성 사극, 미실이라는 압도적인 악역 캐릭터로 사랑을 받은 ‘선덕 여왕’과 같은 사극이 있기는 했으나, 여성들은 사극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또 사극 속 여성 캐릭터들은 대개 지고지순한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거나 혹은 왕의 애정을 차지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악역의 역할에만 한정이 됐었다.


퓨전 사극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례로 지난 2016년 방송된 KBS2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현대에서 고려로 가게 된 해수(아이유 분)가 그곳에서 10명의 황자들을 만나 사랑과 우정을 쌓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해수가 현대 여성의 당찬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그 역시도 황자들의 권력 향방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퓨전 사극을 위주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종영한 SBS ‘홍천기’는 조선시대 유일한 여화공 홍천기(김유정 분)를 타이틀롤로 내세웠다. 신령한 힘을 가진 홍천기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로맨스를 다룬 판타지 사극으로, 홍천기의 당찬 면모가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었었다.


자신의 능력으로 화공이 돼, 남성 조력자들의 도움 없이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 모습도 특별했지만 특히 하람과의 로맨스에서 보여준 능동적인 모습도 새로운 변화였다. 홍천기는 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그와 달리, 먼저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다가가면서 수동적인 사극의 여성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쌍둥이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이휘(박은빈 분)가 오라비 세손의 죽음으로 남장을 통해 세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궁중 로맨스 드라마 KBS2 ‘연모’도 새로운 설정을 통해 남녀 역할을 전복시켰다. 기존에는 남성 캐릭터들이 권력을 쥔 인물로 등장해 로맨스를 이끄는 역할을 했다면, ‘연모’에서는 왕 이휘가 정지운(로운 분)과의 로맨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엉겁결에 등 떠밀려 어사가 돼버린 허우대만 멀쩡한 도령 이언(옥택연 분)과 행복을 찾아 돌진하는 조선시대 기별부인의 커플 수사쇼를 다루는 tvN ‘어사와 조이’에서는 김조이(김혜윤 분)의 매력이 드라마에 특별함을 부여 중이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여성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과거와 관직에 대한 욕심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기존 사극이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재미를 선사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퓨전 사극의 흐름에 대해 “사실 젠더 감수성에 가장 둔감한 것이 방송가였다. 하지만 최근 여러 차례 논란을 겪고, 여성 캐릭터를 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바뀌면서 더 이상 주체적인 남성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에 대한 수요가 적다는 부분에 대해서 방송가에서도 인식하는 중인 것”이라며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추고, 대중들이 원하는 적극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만들어지는 건 방송가 전체의 추세”라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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