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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 아니었는데…" '나의 아저씨' 감독, 故이선균 향한 안타까움 토로 [29th BIFF]


입력 2024.10.04 15:26 수정 2024.10.04 16:11        데일리안(부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김원서 감독 "이선균 어떤 사람이었는지 전하는 행사는 계속될 것"

'나의 아저씨'의 감독, 배우들이 고(故) 이선균의 연기와 그의 일상에 대한 기억을 관객들과 함께 나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고 이선균을 기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이 진행되고 있다. 영화 '파주', '우리 선희',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감독 및 배우들이 스페셜 토크를 진행한다.


4일 부산 해운대구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열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스페셜 토크에 참석한 김원석 감독은 "드라마 작업 때문에 이선균의 장례식을 가지 못했다"고 미안함을 표하며 "이 행사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선균이 왜 죽었는지, 그리고 이선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하는 행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많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박호산은 "이선균이 없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끝이 나고 보니 없더라. 보고 싶다"라고 그리움을 드러냈으며, 송새벽은 "아직 실감이 잘 안 난다. 아직 악몽을 꾸는 것 같다. 이 자리에 오니까 조금 실감이 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촬영 과정을 떠올리며 이선균을 기억하기도 했다. 감독, 배우들은 당시를 즐겁게 회상하며 이선균의 다양한 모습을 전했다.


먼저 송새벽은 "(한 순간을) 꼽기가 힘들다"라고 운을 떼며 "개인적으로는 박동훈의 둘째 형이 어디선가 싸우고 얼굴이 망가진 채로 모였을 때가 있다. 형이 '누가 그랬냐, 어떤 놈이냐'라고 화를 내고, 밖에 뛰쳐나가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 장면이 기훈과 동훈의 특별한 관계성, 형제애를 보여준 것 같아서 생각이 난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찍은 것 같만 같다. 시간이 정말 빠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박호산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박동훈이 넘어지면서 '오늘은 내가 못 죽겠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꼽았다. 박호산은 "이선균은 쪽팔린 걸 진짜 싫어했다. 쪽팔린 게 싫다고 굉장히 많이 이야기하던 친구였다. 세상이 걔를 쪽팔리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정말 형제 같았다. 티격태격 말다툼도 하고, 제주도 살다 보니까 송새벽이 지각을 하면, 이선균이 짜증을 내기도 하고"는 일화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박호산은 "송새벽은 성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면, 이선균은 박동훈처럼 아우르는 성격이었다"는 증언을 덧붙이며 "촬영이 끝난 뒤 밤에 한잔하거나 하면 다시 촬영을 하는 것 같더라. 셋이 술을 먹으며 서로를 타박하기도 하고. 현실인지 연기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극 중 '좋은 아저씨'였던 박동훈처럼, 이선균도 김 감독과 배우들에게 좋은 동료였다고. 김 감독은 "이선균은 동훈이 같은 사람이더라. 내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 걱정스러운 게,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다. 연기를 한 것이고. 박동훈은 현실에 존재할 수는 있지만, 존재하기 힘들다. 판타지가 있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정도 판타지를 개인과 똑같다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하늘나라에 있으면서도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까. 저는 비슷하지만, 판타지 같은 캐릭터보다는 실제 존재한 이선균이 더 좋다"라고 말했다.


박호산은 "동훈이는 차분해 보이지만, 안에서 바쁘다. (이선균과는) 다르면서도 같은 것 같다. 특유의 너스레가 있다. 그건 안 나왔지만, 심성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으며, 송새벽은 "선균이 형의 삶이 카메라에서도 이어진다는 생각을 했었다. 컷 하면 무겁도 답답하셨는지 애써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셨다. 그러다가 슛하면 다시 집중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김 감독은 이선균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새롭게 다가온 대사가 있었다. '왜 그렇게 자르려고 해요?' 하니까 박동훈이 '회사라는 곳이 그런데야. 일 못하는 순서로 자르는 줄 알아? 아니야 거슬리는 순서로 잘려'라고 말한다. 연기자에게 있어서, 저 같은 감독에게 있어서 '회사'는 '편'이다. 자르는 사람은 '대중'"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말도 안 되는 기사를 낸 언론사나 경찰, 검찰이나 이런 사람들은 대중이 용인해서 그렇다. 기사를 내서 그 사람들이 욕을 먹었으면 안 냈을 거다. 우리 대중은 미디어 시대의 강자라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자르기 전에 조금 더 기회를 달라는 거다.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범죄도 아닌,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중들에게 거슬리는 상황이었다고 여긴다"라며 "거기에 제가 제안한 이 작품이 이선균에게 큰 부담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프다. 그냥 조금 더 신중하게. 절대 강자는 여러분이다. 특히 배우들은 정말 나약한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한다.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그런 사람들을 응징해야하지 않나"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이선균을 믿는다. 무슨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믿을 것"이라고 외치며 자리를 마무리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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