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개월…'속도' 안붙는 종전선언
연락소 폭파로 무너진 판문점 선언
명맥 이어온 군사합의 파기시
평화 프로세스 사실상 '무효화'
임기 6개월을 남겨둔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올인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대북 드라이브로 평가되는 한반도 종전선언이 답보를 거듭하는 가운데 야권 유력 대선주자는 문 정부가 '성과'로 내세워온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방미 중인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16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한미 외교차관 회담을 진행했다.
앞서 최 차관은 지난 14일 현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종전선언 방법론에 대해 (미국 측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종전선언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혀 논의 진전 여부에 이목이 쏠렸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분위기다.
회담 직후 우리 외교당국은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 방안에 대해 각급에서 소통·공조가 빈틈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평가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동 약속을 논의했다"고만 했다. 종전선언이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존중' 차원에서 한국이 제안하는 종전선언 논의를 지속하면서도 '실질적 행동'에 나서진 않는 모양새다.
로버트 아인혼 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일연구원이 주관한 '한미 싱크탱크 공동세미나'에서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일방적 양보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가 강하게 지지하고 있는 종전선언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 보좌관을 지내기도 한 아인혼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종전선언만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으로 볼 것"이라고도 했다. 종전선언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맞물린 '과정'으로 추진돼야 미국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무관한 '상징적·정치적 선언'으로서의 종전선언이 비핵화 '입구'가 될 수 있다는 문 정부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윤석열 "군사합의 파기할 수도"
문 정부 대북 드라이브의 '한계'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평화 프로세스를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윤 후보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북한에 9·19 (군사)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그래도 변화가 없을 경우 파기할 것"이라며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도 하면서 (합의를) 어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일방적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판문점 선언이 실효성을 잃은 상황에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온 군사합의마저 파기될 경우, 문 정부가 도출한 모든 남북합의가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윤 후보는 이날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을 물은 취재진에게 "상대(북한)가 이행할 때 우리도 이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접경지역 적대행위 중지'를 골자로 하는 군사합의를 어긴 전례가 있는 만큼,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를 따져 원칙론에 입각해 합의 파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북측은 △서해 창린도 사격 훈련(2019년 11월) △중부전선 감시초소(GP) 총격 사건(2020년 5월) 등으로 군사합의를 위반했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을 내놓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