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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종인의 선대위 갈등, 줄다리기인가 파국인가


입력 2021.11.24 13:02 수정 2021.11.24 13:02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단순 줄다리기 이상 갈등에 '이별 기로'

김병준 역할 정리 필요성 곳곳서 지적

尹측 막판 설득 총력…김종인은 침묵 지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점심식사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거론되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대위 합류 보류를 선언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서로를 향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면서,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이 단순한 줄다리기 이상의 '이별 기로'에 서 있다는 평가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의 최종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대한 당내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보다 이대로 선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이준석 "김병준 특별조직 맡으면 김종인 마음 바꿀 수도"

그는 "기본적으로 두 분의 의사는 명확하게 서로 언론에 공표했다. 그 안에서 약간의 변동성 정도가 존재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은 "굉장히 큰 변동성"이라고 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이 본인이 해놓은 말을 그렇게 실언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중대한 상황 변화가 있을 때 정도만 가능하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중대한 변화란) 윤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철회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인사 스타일 등을 봤을 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이 전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그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김병준 위원장의 역할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선 자체가 굉장히 혼란스럽게 돌아갈 것으로 우려하는 게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입장이고, 김 상임선대위원장 개인에 대한 비토는 아닌 것 같다"며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 (선대위 외부) 특별 조직을 맡아서 외연 확대를 위한 특임을 하는 것 아니냐. 그런 것처럼 김 상임선대위원장도 만약 그런 형태의 조직으로 정리가 된다면 김 전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근식 "윤석열·김종인은 구조적 정치 운명체…결국 합류"

반면 김 전 위원장의 측근이자 윤석열 캠프에서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두 분(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정치운명체"라며 "우여곡절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분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또 서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원만하게 잘 마무리돼서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작년 미래통합당 시절에 총선에서 참패한 다음에 비대위원장으로 모실 때도 비슷한 과정이 있었다"며 "큰 틀에서 보면 지금 당장은 복잡하고 긴박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길게 보면 두 분의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진통의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갈등의 원인으로는 윤 후보 주변에서 '김종인 체제'를 불편해하는 인사들을 꼽았다. 그는 "컨벤션 효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까 당내 일각, 또 캠프 일각에서도 이대로 그냥 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일종의 안이함이 있다"며 "특정하게 사람을 말씀드릴 수 없지만, 김종인 위원장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불편하거나 껄끄러워하시는 분들의 선거전략상 이견이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로 한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선 "김종인 전 위원장 입장에서 김병준 전 위원장을 특정해 안 된다고 한 것은 아니다'며 "다만 상임선대위원장을 당대표 외에 다른 사람이 추가로 하는 것 자체가 선대위 구성의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실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제시한 중재안대로 김병준 위원장의 비중이나 역할을 조정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만난 김종인, 여전히 묵묵부답…"고민 안 한다니까 자꾸 물어보느냐"

일단 윤 후보는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통해 김 전 위원장을 최대한 설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김 전 위원장의 사무실을 찾은 권 사무총장은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후보의 입장은 변함 없다"며 "김종인 위원장을 우리 당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 선거를 진두지휘해주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김병준 위원장 역할을 조정하는 안을 가져왔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현재로서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권 사무총장과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윤 후보의) 그 의중이 뭔지 잘 모르다"고 했다. '고민 지점이 어떤 부분이냐'는 질문에는 "나는 고민을 안 한다니까 자꾸 고민하느냐고 물어보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후보와 연락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합류를 안 한다고 해석해도 괜찮느냐'고 묻자 말을 아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이날 저녁에 만나 직접 담판을 지을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 후보의 공식 일정이 없는 만큼 김 전 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두 분이 만날지 안 만날지 모른다"며 "아직 확정된 게 아니라 단정적으로 말씀을 못 드린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2차 선대위 인선안을 두고 참모들과 막바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조직·직능·정책·홍보·당무지원 등 5개 분야 본부장 인선 내용이 핵심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실무진 직책을 임명해야 선거가 진행될 수 있다"며 25일 2차 인선안이 발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만약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갈등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는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없이 개문발차(開門發車)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슬기 기자 (seulk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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