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공동망으로 전국 서비스 ‘시동’…와이파이 속도 10배 ↑
이통3사 지하철 28GHz 공동 기지국, ‘의무구축’ 포함 여부 쟁점
‘불통(不通)’ 인식이 굳어진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머리를 맞댄 결과다.
도달 거리가 짧은 주파수 특성상 전국망 구축이 어려워 골칫거리였던 20배 빠른 28기가헤르츠(GHz) 대역은 공간이 협소한 지하철에서 활용한다. 인구 밀집도가 낮은 농어촌 지역은 이통 3사가 합심해서 공동 장비를 구축하는 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5일 서울 여의도 루나미엘레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등 이통 3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갖고 5G 네트워크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이통 3사는 올해 5G 가입자 확대로 호실적 행진을 이어왔으나 정작 네트워크 투자비용은 감소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5G 품질 불만이 높은 상태여서 지적이 더욱 거셌다.
임 장관은 “5G 상용화를 시작하고 3년차가 되면 투자가 줄기 마련인데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네트워크 투자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통 3사 대표들은 연말까지 전년 수준의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통 3사의 올해 1~3분기 누적 설비투자(CAPEX)는 5조861억원이다. 지난해 1~3분기(5조4643억원) 대비 3782억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3사 합산 CAPEX는 총 8조2762억원이다. 3사가 약속한 예년 수준의 투자를 하려면 4분기에만 3조원 이상을 쏟아야 한다.
유영상 대표는 예년 수준 투자 이행에 대해 확답하지 않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만 답했다. 황현식 대표는 “연내 계획했던 5G 투자는 다 할 생각이고, 앞으로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언급했다.
5G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정부가 이통 3사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가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GHz 대역 활용을 위해 지하철이라는 묘수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연내 이행하기로 했던 기지국 의무구축 수량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 3사와 정부는 28GHz 대역에 대해 전국망이 아닌 핫스팟 위주로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시범적으로 지하철 운용을 시작했지만 이제 기지국 구축을 시작한 단계로 연내 약속한 숫자를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통 3사는 올해 안에 28GHz 대역 기지국을 1만5000대씩 의무구축해야 한다. 이는 2018년 진행된 5G 주파수 경매에서 해당 대역을 받으면서 3년 내 구축하겠다고 약속한 숫자다.
1만5000대의 10%에 해당하는 1500대를 구축하면 주파수 회수만은 면할 수 있다. 이통 3사 공동 구축 기지국까지 의무구축 수량에 포함할지 여부가 민감한 문제로 떠오른 이유다.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정부가 공동 구축을 인정해 회사별로 채워야 하는 기지국 수를 깎아주게 되면 이통사에 면죄부를 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공동 구축 수량을 의무구축에 포함할지, 미이행 시 페널티를 어떻게 부과할지 등에 대한 세부적인 방침을 아직 세우지 못했다.
임혜숙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28GHz 의무구축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명확한 방안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며 “이통 3사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정작 설치해놓은 28GHz 장비는 도달 거리가 짧은 주파수의 한계로 실효성이 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지하철 28GHz 5G는 아직 만족할 수준의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구간에 적용됐고 평균 속도가 기존 대비 약 10배 향상됐지만, 이용자가 몰렸을 때 접속 성공률은 LTE 대비 32%, 다운로드 전송 완료율은 43% 정도 낮다. 전체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지 않은 셈이다. 또 기존 와이파이처럼 자동으로 접속되지 않아 QR코드를 찍고 수동으로 접속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통 3사 CEO들도 이 점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5G를 세계 최초로 지하철 와이파이 개선에 적용하다 보니 기술적으로 미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까지 서울 지하철 본선인 2·5·6·7·8호선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 이전에 추가적인 기기 개발을 통해 품질을 지속 개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