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 요청 이후 앨범 셔플 기능 삭제
셔플 기능은 재생목록서 선택 가능
‘아델이 말하자 스포티파이가 움직였다’ ‘스포티파이가 아델 요청에 앨범 셔플 기능을 중단했다’
최근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이어졌다. 실제로 스포티파이는 지난 19일, 아델의 새 앨범 ‘30’ 출시된 날 ‘앨범 셔플’ 기능을 삭제하고, 모든 앨범에 대해 수록곡을 순차적으로 재생하도록 했다. 이는 아델이 지난 21일 게시한 SNS 글을 통해 알려졌다.
당시 아델은 ‘유일한 바람’이라며 스포티파이에서 셔플 기능을 앲앨 것을 요청했다. 앨범 트랙 순서는 곧 아티스트가 이야기를 배열하는 방식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즉, 한 앨범을 무작위로 재생하는 ‘셔플’ 기능은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스포티파이도 아델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다. 아델은 이후 SNS를 통해 스포티파이의 의견 수렴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델 뿐만 아니라 많은 아티스트들이 트랙 순서를 놓고 긴 고민 끝에 앨범을 발매한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앨범인 만큼, 그 하나의 주제 안에서 수록곡들이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아티스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2일 정규5집 ‘퍼머먼트’를 발매한 밴드 몽니도 트랙 순서대로 한 번에 듣는 걸 추천했다. 몽니의 정체성을 담은 앨범인 만큼, 곡의 내용과 분위기가 이어지는 곡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19일 새 미니앨범 ‘노 리밋’을 발매한 아이돌 그룹 몬스타엑스도 “전곡을 순서대로 들어보면 한계가 없는 몬스타엑스의 느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티스트들이 심사숙고해 결정한 트랙의 순서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스포티파이의 변화는 유의미하다. 아티스트의 예술적 의도를 반영한 변화는 흥미롭고 긍정적이다. 이는 기존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스포티파이의 포부와도 이번 변화는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판도 제기됐다. 아델의 앨범 뿐 아니라 모든 앨범에 똑같은 기능 변화를 주면서 한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의 요구에 수십 년을 이어온 기능을 한순간에 바꿔버릴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제기하는 동시에 리스너의 듣는 방식에도 제한을 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스포티파이의 입장은 다르다. 아델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많은 이용자와 아티스트의 요구가 있어왔고, 디폴트 값을 바꿨을 뿐 음악을 듣는 방식은 이용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앨범 재생 디폴트는 ‘전체재생’으로 바뀌었지만, 재생목록에서 ‘셔플’ 기능을 이용자들이 직접 켤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관계자는 “서비스 내 모든 앨범에서의 재생을 디폴트 버튼으로 설정해달라는 이용자와 아티스트의 오랜 요청을 반영해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게 된 것”이라며 “이전과 같이 앨범을 셔플 재생하고 싶은 이용자는 재생 화면에서 셔플 아이콘을 선택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 그래왔듯이 아티스트와 팬 모두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제품과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선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의문이 남는 건 애초에 스포티파이는 다른 음원플랫폼과 달리 디폴트가 ‘셔플 재생’이었다는 점이다. 현재 멜론과 유튜브뮤직, 벅스, 플로, 지니 등의 음원 플랫폼에선 기본적으로 ‘전체 재생’이 디폴트이거나, ‘셔플’과 두 가지 버튼을 모두 적용해 애초에 이용자들이 듣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스포티파이가 큐레이팅을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꼽아왔고, 실제로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적용시켜 큐레이팅에 있어선 국내 음원 플랫폼이 넘보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앨범 재생에 있어 ‘셔플’이 디폴트로 적용됐던 것도 이런 스포티파이의 자신감으로부터 비롯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어찌되었든 그간 고집해오던 셔플 기능을 바꾼 건, 이용자들과 아티스트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태도라는 점에서 국내 음악 관계자들과 이용자들 역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 계정으로 스포티파이를 이용하고 있는 A씨는 “기존엔 무료 이용자들은 셔플로만 재생을 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규 단위의 앨범은 트랙 순서에 아티스트의 서사가 담긴 만큼 순차 재생을 하고 싶었는데 제한을 풀어줘서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 역시 “셔플 기능을 아주 삭제한 것으로 초반에 오해가 있어서 리스너들의 듣는 방식을 제한했다는 비판이 와 닿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디폴트를 바꿨을 뿐 음악을 즐기는 것에 있어서의 선택권은 여전히 이용자들에게 있다”면서 “아델을 계기로 이런 변화가 시작됐지만 결국 음악을 제공하는 실질적 주체인, 아티스트들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