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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치킨이 맛없다고…닭 논쟁에 소비자들만 혼란


입력 2021.11.25 18:18 수정 2021.11.25 18:19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황교익 VS 양계협회, 공방 이어 설전

소비자들 “누구 주장이 맞나” 관심

치킨산업 불똥튈까, 양계산업 재정립 불가피

때 아닌 육계 논쟁에 소비자들이 더 혼란스러워졌다.


서울 시내 한 마트에 삼계탕용 닭고기가 진열돼 있다. ⓒ뉴시스

최근 한 치킨업계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가격인상을 단행하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SNS를 통해 “한국 닭은 작고, 맛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비경제적이라고 논했다.


이에 대한양계협회가 크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닭 논쟁이 커졌다.


양계협회는 성명을 통해 “작은 닭이 맛이 없다고 비아냥거리는데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라면서 “또한 삼계탕을 선호하는 국민 식성이 닭의 크기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도 같이 말하라. 당신이 공부 안 해 쌓인 지독한 주관적 무지 덩어리를 객관적이라는 미명으로 포장해 대중에게 전달하지 마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황 씨는 “육계와 치킨 산업의 변화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 확인한 사실을 글로 쓸 뿐”이라며 “한국 육계가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작고 그래서 맛이 없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재반박에 나선 양계협회는 추가성명을 통해 “국내산 닭 폄훼 발언으로 닭고기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 및 관련업계에 공분을 사고 있는 황교익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우리의 분노를 더욱 끓어오르게 하고 있다”라며 “자극적인 내용을 통해 오롯이 돈벌이 수단에만 혈안이 돼있는 그를 볼 때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맹비난했다.


공방은 라디오 방송으로까지 이어졌다. 황교익 씨와 이홍재 대한양계협회 회장은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설전을 벌이며 각기 주장을 되풀이했다.


황 씨는 “해외의 큰 닭에 비해 한국 닭이 작고 맛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이 발표한 연구자료에도 있는 내용으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사실”이라며 “육가공·치킨 회사가 의지가 있다면 큰 닭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지를 펼쳤다.


이에 양계협회 이 회장은 “중량별 맛에 대한 연구에는 닭이 커지면 맛과 풍미를 향상시키는 어떤 성분이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지만 반대로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닭고기에는 어떤 성분이 얼마 있어야 맛이 있고 없고 기준이 없다, 주관적인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한 황 씨는 “육계 회사들이 병아리와 사료를 더 많이 팔기 위해 작은 닭을 시장에 유통시킨다”고 언급했고, 이 회장은 “음모론에 불과하다. 닭고기 가공업체들, 계열화 업체들은 닭을 팔아서 돈을 벌지, 병아리와 사료를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 같은 설전에 정작 닭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은 ‘누구 말이 옳은가’라면서 객관적 사실에 관심을 보이며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양계농장은 주로 한 달간 키운 1.5kg 안팎의 닭을 유통시키고 있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의 2.3kg가량 보다는 작은 닭이 판매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통닭이나 삼계탕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췄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닭가슴살이나 다리, 날개 등 부위별로 요리해 먹는 경우가 조금씩 늘면서 부분육도 판매되는데 이 경우는 닭의 크기가 조금 더 크다는 설명이다.


맛은 소비자의 선호도와 요리방법에 따른 주관적인 기준으로, 실제 시장에서 1년 전 한 대형 닭고기 생산업체가 파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키운 닭을 내놨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작은 닭 생산의 문제점'의 지적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크기의 맞춤 생산’이라는 업계의 첨예한 주장은 양계산업의 공론화로 이어질 분위기다. 전문가 그룹의 연구와 업계 등 논의사항이 필요한 부분인데 전 국민을 상태로 표출되면서 과한 논쟁으로 흘러가고 있다.


문제는 한류로 관광상품화 된 치킨산업에 불통이 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국내에는 수입 닭고기들이 부분육 형태로 들여오고 있어 시장 점유율 변화도 파생될 수 있다.


겨울철이 도래하면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철새에 이어 오리농가까지 번진 상황에서 방역을 강화하고 있는 육계농가들도 이번 공방이 적잖이 불편하다.


특히나 올해는 고병원성 AI가 지난해 보다 한층 더 강력한 종의 출현으로 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닭고기 계열업체 7개사에 삼계탕용 닭고기 가격 및 출고량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과 제재 조치를 내린 바 있어 이래저래 양계산업의 재정립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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