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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엔솔 요직에 그룹 실세 전면 배치…'배터리' 급한 불 끌까


입력 2021.11.29 12:11 수정 2021.11.29 14:00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거물급 권영수·이방수·김흥식, 잇따라 LG엔솔行

전기차 배터리 ‘불량’ 조기 수습 못하면 회생 불가 판단한 듯

왼쪽부터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이방수 LG에너지솔루션 CRO 겸 경영지원센터장 사장, 김흥식 LG에너지솔루션 CHO 부사장ⓒLG

LG그룹이 권영수 부회장을 비롯해 이방수 사장, 김흥식 부사장을 LG에너지솔루션에 전면 배치하며 정기 인사를 마무리했다. 거물급 인사를 대거 포진시킴으로써 미래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중국 CATL, SK온 등과 함께 글로벌 '톱3' 배터리 수주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 앞둔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1등 배터리' 지위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배터리 품질 이슈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LG그룹은 권영수·이방수·김흥식 등 지주 출신 3인방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집중 배치했다. 역량을 검증 받은 핵심 인재들을 대거 이동시켜 새로운 '캐시카우'로 손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을 이끌 중임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김흥식 (주)LG 인사팀장이 LG에너지솔루션 CHO(인사 담당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데 이어, 권 부회장과 이방수 사장이 각각 CEO, CRO 겸 경영지원센터장으로 선임됐다.


(주)LG에서 CSR팀장을 맡았던 이방수 사장은 늘어나는 LG에너지솔루션 사업규모에 발 맞춰 기업 지원과 ESG 경영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 인사통으로 알려진 김흥식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핵심 인재를 등용하고 조직 역량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에서 잔뼈가 굵은 '그룹 실세'들을 배터리 자회사에 전진 배치한 것은 글로벌 수주, 투자 확대, 품질 개선, 인재 등용 등 높아진 배터리 기업 위상에 걸맞은 현안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이 이번 인사에서 품질센터를 CQO(Chief Quality Officer·최고품질책임자)로, 배터리 연구소를 CTO(Chief Technology Officer·최고기술책임자)로 각각 승격시킨 것은 LG가 배터리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칼을 빼들었음을 의미한다.


올해 초 현대차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로 이어진 대규모 리콜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배터리 품질 제고가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전 사장이 독립법인 수장이 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GM 리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도 LG가 배터리 이슈를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통을 넘겨 받은 권 부회장이 이달 1일 취임사에서 "최근 이어진 품질 이슈로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주눅들 필요가 없다. 동이 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하듯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배터리 이슈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GM 리콜 관련 LG가 총 1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말 헝가리에서 재규어 전기차(I-PACE)에 불이 났다. 이달엔 르노삼성 Z.E 전기차에서 화재가 나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이들 차량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아직까지 원인 규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진행중'인 배터리 이슈는 LG에너지솔루션 구원투수로 선임된 권 부회장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들 화재 원인이 GM 사례처럼 배터리셀 결함으로 판명되면 또 다시 충당금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충당금 설정으로 올 4분기 실적도 고꾸라지면 내년 초 앞둔 IPO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앞서 GM 전기차 리콜을 결정하며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14만2000대에 달하는 배터리 비용 대부분을 떠안았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충당금 반영으로 3분기에만 372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권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은 배터리 관련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덜어냄으로써 주요 고객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데 앞장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확한 원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 없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1등 배터리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톱3'중 하나인 중국 CATL은 안전성이 높고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테슬라, 폭스바겐 등과 손을 잡고 있고, 국내 배터리사인 SK온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 등과 공격적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국내외 경쟁이 가열되는 중차대한 시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품질 문제를 조기 해결해 시장 신뢰를 얻어내는 것이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 GM, 스텔란티스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공장 등을 설립중이며 지난달 말 기준 수주잔액은 200조원 규모를 상회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아직까지 개화 단계로 성장성과 불확실성을 모두 안고 있다"면서 "전기차-배터리업계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품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각 기업들의 명운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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