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대우조선 M&A, 3년째 제자리
연내 인수 마무리 예상했지만…"EU, 독점 우려로 불허 관측"
"대우조선, M&A 과정의 불확실성 제거가 시급 과제"
유럽연합(EU)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을 불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EU 경쟁 당국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 우려를 들며 M&A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혈 받아온 대우조선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 간 결합을 심사하는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글로벌 조선 시장이 '빅3'에서 '빅2'로 재편될 것을 EU 집행위원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머스크,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이 유럽 기업이라는 점이 EU M&A제동의 주된 이유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업결합으로 조선소가 줄어들 경우 선사들의 선박 매입 비용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런 EU의 우려가 조선 시장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 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 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 M&A가 무산되고 재매각이 추진될 경우 대우조선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주 절벽으로 오랜 기간 적자를 이어온 대우조선은 2018년 8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서며 어렵게 위기를 넘긴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7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올해 조선업황이 살아나며 수주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대우조선은 2023년이 돼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에만 1조2203억원의 영업 적자를 내기도 했다. 김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EU의 기업결합심사 승인 지연이 지속될수록 재무구조 악화 우려는 부각될 개연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의 공기업화와 해외 매각 등도 언급되고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공기업화 주장이 나오기도 하지만 산업은행에서 팔겠다고 나선 이상 이는 현실성이 떨어지며, 해외 매각의 경우 방산산업이 있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M&A가 무산되더라도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성과를 남기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해 6월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중간지주회사 한국조선해양을 설립했다. 신설 자회사로 분할한 현대중공업도 지난 9월 이미 상장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하면 기존 3강 체제에서의 출혈 경쟁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M&A 성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EU에 양사 합병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2019년 12월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개시한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심사를 세 번이나 일시 유예했다. 지난달 말 심사를 재개한 EU는 내년 1월20일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이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한 6개국 중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는 이미 승인 결정을 내렸고 현재 한국, EU, 일본의 결정만 남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