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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상처 평생 가는데, 학폭 기록 2년만 보존? 사과·치유가 더 중요"


입력 2021.12.19 06:34 수정 2021.12.17 10:38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안…학폭으로 인한 전학, 생기부에 2년 보존

학생·시민들 "2년 보존 무의미하다" 지적…전문가 "2년 보존도 일단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

"가장 중요한 것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자의 치유, 관계회복"

학교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한 가운데 개정안의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학에 대해 졸업 시 생활기록부에 2년간 보존한다'는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는 평생 괴로운데 가해자의 기록은 2년 뒤 사라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졸업할 때 사라졌던 기록이 2년간 남는 것도 학폭 대처가 강화되고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기록 기간 보다는 학폭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2차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범부처 협력을 통해 폭력 피해 위기 학생을 보호, 지원하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 방안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가해자에 대한 조치를 더 엄정하게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해 학교폭력으로 인한 전학(학폭 가해자 조치 8호)에 대해 졸업 시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중간 삭제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졸업 후 2년간 보존한다. 또, 사회봉사(4호), 특별교육(5호), 출석정지(6호) 사안에 대해서는 담임교사, 상담교사, 전문가를 통해 피해 학생과의 관계회복 정도를 청취하고 학생부 기록 삭제 조건으로 '졸업 전 특별 교육' 이수를 의무화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가해자에 대한 '2년'의 기록 보존과 관련해 단기간 보존은 무의미하다는 학생과 시민들의 비판이 나왔다.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는 평생을 가는데, 2년 보존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피해자 입장에서는 어떤 처분도 부족할 뿐이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 정유석 행정사는 "소년법으로 보면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학교폭력 예방법을 통해 2년간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적극적인 조처를 하겠다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행정사는 "사실 굳이 기록에 남기지 않아도 출석정지 같은 경우는 무단결석 처리로 평생 남고, 전학이나 학급 교체 또한 기록에 남는다"며 "물론 어떠한 처분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부족하지만, 기록에 남기지 않아도 회사나 상급 학교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실 소년법에는 가해자에 대한 기록 등 어떠한 불이익을 남기지 않는다고 돼 있다. 학생 신분으로 폭행을 저질렀을 때, 가정법원에서는 소년원 입소 등의 기록 외에 가해자에 대한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으로 2년의 기록을 남기는 것은 학교폭력에 관한 대처가 강하게 변하고 있다는, 바람직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 광주 광산구 한 초등학교에서 경찰이 생명 사랑과 인권 존중을 주제로 일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기록에 남기는 것 보다 피해자의 치유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졸업 후의 기록이 아닌 현장에서의 문제 해결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학생의 교육·교화를 중요시하는 소년법 등에 관한 논의를 거쳐 2년간 기록을 남기기로 한 것 같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더 원하는 것은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이고, 이를 통해 치유가 되면 10년, 20년 후 피해자가 아파하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선행된 연구 결과들을 살펴봤을 때도 기록에 남기는 등의 조치를 오래 한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며 "가해자도 사과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이를 통해 피해자가 치유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지켜본 관계자들은 기록의 여부와 그 기간이 문제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의견 반영과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 관계 회복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일괄적인 규칙으로 2년을 기록을 남기고 안 남기고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폭력에 관련된 피해자와 가해자 등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처분이 이뤄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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