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먹보와 털보’, 공개 후 엇갈린 반응
김태호 PD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을 연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만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보기에는 콘셉트가 평범해 ‘식상하다’는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각 플랫폼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더 많은 시도들이 나오는 것은 반갑지만, 안일한 협업으로는 높아진 시청자들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오리지널 예능 ‘먹보와 털보’가 공개됐다. 의외의 절친인 먹보 비와 털보 노홍철이 전국을 누비며 각양각색 다양한 여행의 재미를 선보이는 여행 버라이어티다.
이 프로그램은 김 PD와 장우성, 이주원 PD 등 지상파 소속 PD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제 곧 MBC를 떠나는 김 PD가 독립 이후 어떤 새로운 시도를 보여줄지 기대가 쏠린 상황에서, 그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한국의 TOP10 콘텐츠에 이름을 올리고는 있으나, 반응은 심상치 않다.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 등 시청자들의 신뢰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아 온 김 PD가 ‘먹보와 털보’를 통해서는 강한 호불호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프로그램 콘셉트가 공개됐을 때부터 일각에서는 여행과 음식이라는 TV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와 비, 노홍철의 예상 가능한 호흡이 식상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언급했었고, 베일을 벗은 뒤에도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되고 있다.
물론 넷플릭스의 제작 시스템을 처음 접해본 김 PD가 “한정식 같았다”고 표현을 할 만큼 요소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흔적은 묻어 있다. 자막을 하나의 디자인처럼 활용하고, 상순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이효리, 김이나 등이 삽입곡에 참여하면서 ‘먹보와 털보’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행과 먹방이라는 지나치게 익숙한 소재들이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지는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홍철이 비와 넷플릭스의 이름을 앞세워 식당 예약을 하면서 불거진 특혜 논란은 짜여진 구성 안에서 극적인 재미를 보여주는 연출법이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먹보와 털보’와 맞지 않아 부각된 면도 없지 않다. ‘편집이 되면서 전체 맥락을 전달하지 못했다’는 제작진의 해명처럼, 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고자 과도하게 ‘생략’을 하면서 연예인을 앞세우는 듯한 분위기가 강조됐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사와 OTT, 나아가 유튜브까지. 각 플랫폼 간의 경계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이며, 이 흐름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유튜브에서 먼저 흥한 밀리터리라는 소재를 케이블, 지상파가 이어받는가 하면, TV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또는 확장판을 OTT, 유튜브를 통해 선보이기도 한다. 방송으로는 내보내지 못했을 화끈한 이야기를 담은 ‘나 혼자 산다’의 유튜브 스핀오프 ‘여은파’나 다소 잔인한 장면까지 담아내며 장르적 매력을 살린 ‘검은 태양’의 웨이브 무삭제판이 긍정적 사례로 남았다. 반대로 유튜브 웹예능 ‘가짜사나이’는 다소 자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유사한 포맷을 선보인 채널A ‘강철부대’는 출연자들의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으면서 완성도를 높였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인기 콘텐츠를 차용하고, 스타 창작자를 섭외하는 것이 답은 아닐 때도 있다. 웹예능 ‘머니게임’을 흥행시킨 유튜브 크리에이터 진용진을 기획자로 섭외하며 ‘지상파에서 가장 매운맛’ 서바이벌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내세운 MBC ‘피의 게임’은 애매한 정체성을 보여주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얻었다. 타겟 시청자들 외에 폭넓은 시청층을 아울러야 할 골프 콘텐츠 역시도 유튜브에서는 흥한 소재였으나, TV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먹보와 털보’ 역시 지상파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모양새다. 제작발표회에서 새로운 시도에 대한 질문을 받은 김 PD는 “이 작품은 MBC와 넷플릭스가 협업한 것으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MBC 분들과 함께한 작품이었다”고 설명하며 “새로운 걸 더 시도한다기보단 서로를 존중해주는 형태로 갔다. MBC 내부에서 함께한 분들은 글로벌 플랫폼 경험을 한 것이 큰 수확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었다. 결국 과감함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이 결국 아쉬움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다.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더불어 각 플랫폼에 기대하는 바도 다르다. 깊은 고민 없는 안일한 협업으로는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아닌, 안 하느니만 못한 시도로 남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상파의 스타 PD였던 김태호 또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