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적자 누적으로 재무 악화...유상증자 통한 자금수혈 잇따라
오미크론 변이로 업황 개선 요원...적기 대응 없으면 파산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이어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 변수로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2년간 누적 적자로 인해 자본잠식이 심화된 가운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이를 해소해 왔지만 현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분위기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사태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재무 상태가 악화될대로 악화된 가운데 내년에도 유동 자금 확보가 생사를 가를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LCC들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면서 누적 영업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3분기까지 7분기 동안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상장돼 있는 LCC 4곳의 총 적자 규모(별도재무제표 기준)는 1조5456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중 제주항공이 578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진에어(3381억원)·에어부산(3366억원)·티웨이항공(2923억원) 등으로 올 4분기도 모두 적자가 예상되고 있어 1조70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장기간 적자 누적으로 LCC들은 자본잠식에 빠지거나 부채 비율이 급등한 상태다. 자본잠식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로 완전자본잠식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보다 더 많아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것을 의미한다.
진에어(–19억8900만원)와 에어서울(-1506억5000만원)이 이미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진 가운데 제주항공도 3분기 기준 자본총계가 -24억5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돌입했다.
티웨이항공과 에어부산, 플라이강원은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지만 부채비율이 각각 856%, 588%, 3044%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된 상태다.
자본확충에도 여전히 어려운 업황...재무 개선 난망
이에 LCC들은 악화된 재무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8월과 10월 각각 1506억원과 206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진에어(11월)와 티웨이항공(4월)도 유상증자를 통해 각각 1238억원과 8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확보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부분자본잠식에 빠졌던 에어부산도 지난 9월 유상증자로 2271억원의 자본을 확충하며 숨통을 틔였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현재 악화된 사업 환경 개선이 요원해지면서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당초 올 하반기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 협정 체결 효과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 조치로 하반기 해외 여행 심리 회복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가 기대됐지만 코로나19의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됐다.
LCC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들과 달리 상용 및 비즈니스 수요 비중이 적어 여행 여객 수요에만 매달릴수 밖에 없다. 또 대형 항공사들의 실적 선방 요인인 화물 사업 비중도 미미한 수준이어서 타격의 강도가 더 클 수 밖에 없다.
특히 방역당국이 지난 3일부터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해외 입국자에 대해 10일간 격리 조치를 하도록 했는데 이 조치가 내년 1월6일까지 연장되면서 당장 연말 연초 해외여행 수요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 상태다.
여기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면서 그나마 있었던 국내선 수요마저 감소할 판이어서 LCC들의 한숨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운영 자금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이면서 해법 모색에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정부 지원 기대하지만...기안기금 등 요건 완화 목소리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의 추가 지원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한도가 소진된 가운데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은 문턱이 넘 높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산업은행이 지난 9일 개최한 제 42차 기안기금운용심의회에서 추가 자금지원을 의결하면서 1500억원을 추가 지원받게 됐다. 올해 초 기안기금으로부터 321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총 1821억원을 확보했다.
기안기금은 정부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위축·매출부진으로 국민경제·고용안정·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항공·해운·자동차·조선 등 9개 업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 정책 차원에서 마련한 기금이다.
하지만 기금 지원 대상 요건이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의 국민경제 영향이 큰 기업, 근로자수 300인 이상의 고용안정 영향이 큰 기업으로 한정돼 대부분의 LCC에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LCC 중에서는 제주항공 외에 에어부산이 해당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여서 '계열사 지원 금지' 조항에 저촉돼 현 상태로는 기안기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LCC들은 항공산업 안정을 위해 기안기금 지원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고용유지지원금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충분하진 않다. 올해도 지원이 이뤄지지 못한 11월과 12월에는 각 사 자체적으로 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는 등 보릿고개가 여전히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각 사가 유상증자와 무상감자 등 유동성 확보에 안간힘을 써 왔지만 거의 벼랑 끝으로 몰린 상태인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적기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후약방문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각 사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 자체적인 자금 조달 능력은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업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파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신속한 지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