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SBS 연기대상’, 상 쪼개기로 빈축
‘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부터 ‘논란’
지상파 3사의 연예, 연기대상이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 한지는 이미 오래됐지만, 지난해에는 유독 씁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오징어 게임’, ‘지옥’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에 화제성이 쏠리면서 지상파의 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상을 남발하며 스스로 떨어뜨린 권위까지. 지상파 연말 시상식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면서 ‘통합’이 지상파 시상식의 권위를 세우는 유인한 방안이 아니겠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열린 ‘2021 SBS 연기대상’에서는 ‘펜트하우스’의 배우 김소연이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시즌3까지 이어지는 긴 드라마에서 흔들림 없는 연기로 중심을 잡은 김소연의 대상에 축하가 이어졌다. 그는 “28년 전 보조출연자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그 작품도 SBS 드라마였는데 이렇게 SBS에서 큰 상을 줘서 믿어지지 않는다. 이 자리에 혼자 서 있어 죄송하고, 함께한 배우들, 스태프들이 그립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큰 힘이 돼준 팬들에게 감사하고, 앞으로도 매 장면 소중하게 여기는 배우가 되겠다”는 감동적인 소감으로 뭉클함도 자아냈다.
그러나 4시간 동안 진행된 긴 시상식에서 감동적인 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공동수상 남발은 기본, 미니 시리즈 한편도 장르·판타지, 코미디·로맨스 부문으로 나눠 ‘제 식구’들을 꼼꼼하게 챙기며 지루함을 유발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드라마 ‘라켓소년단’의 주인공 탕준상과 이재인은 청소년 연기상을, 조연인 최현욱, 손상연에게는 신인상을 준 것을 두고, ‘뒤바뀐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상의 기준과 무게감을 느끼기 힘들었다는 지적이었다.
연기대상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2021 SBS 연예대상’ 또한 ‘미운 우리 새끼’ 팀이 대상을 차지하며, 대상마저 ‘나눠 먹기’하는 것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유력한 대상 후보자로 꼽히던 지석진에게는 ‘명예사원상’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상을 수상해 ‘안 주느니 못한 상이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날 가장 공감을 받은 건 대상 수상자인 신동엽의 “그냥 한 새끼만 주지”라는 민망함 섞인 소감이었다.
이 외에도 ‘2021 MBC 연기대상’에서는 유일한 흥행작인 ‘검은 태양’, ‘옷소매 붉은 끝동’이 대부분의 상을 휩쓰는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물론 흥행작이 많은 상을 가지고 가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지만, 총 17개의 상 중에서 ‘검은 태양’이 5개 부문을, ‘옷소매 붉은 끝동’이 8개 부문을 차지하며, 다른 작품들을 들러리로 전락을 시켰다.
지난해 지상파 3사는 6개의 시상식에서 약 117개 부문에 197명의 수상자가 상을 받아갔다. 개인이 아닌, 팀이나 프로그램 단위로 수상을 한 이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수상자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케이블과 종편, 이제는 OTT에게까지 화제성을 빼앗기며 기대감이 떨어진 지상파 시상식이었다. 여기에 공동수상과 상 쪼개기로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배가시킨 시상식이었다. 누가 어떤 상을 받게 될지, 더 이상 궁금증도 긴장감도 유발되지 않는 시상식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구라가 이미 지난 2019년 지적했듯이, 지상파 시상식도 구색 맞추기, 시간 때우기식 진행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날이 갈수록 좁아지는 지상파의 입지와 권위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지상파 3사 공동 개최를 비롯,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