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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역사 왜곡과 재해석 사이…‘옷소매’·‘이방원’으로 본 좋은 예


입력 2022.01.05 09:08 수정 2022.01.05 09:09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옷소매 붉은 끝동’·‘태종 이방원’ 적절한 재해석으로 높이는 흥미

‘조선구마사’에 이어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들이 ‘방영을 중단하라’는 요청까지 하고 나서자, 일부 창작자들은 이러한 반응들이 ‘창작자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옷소매 붉은 끝동’과 오랜만에 돌아온 대하사극 KBS1 ‘태종 이방원’은 오히려 적절한 상상력과 재해석을 통해 오히려 시청자들의 더 큰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MBC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정조 이산(이준호 분)의 애틋한 로맨스를 다룬 ‘옷소매 붉은 끝동’은 17.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5.7%의 시청률로 시작했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완성도에 대한 입소문을 바탕으로 놀라운 상승세를 보여줬다.


정조 이산의 이야기가 그간 여러 작품에서 수차례 다뤄진 것은 물론, 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이라는 청춘 배우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면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초반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것도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크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신선함을 확보했다. 여기에 덕임을 자신의 일에 열정을 가진, 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현대 여성에 가까운 캐릭터로 재해석해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서도 덕임은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을 보여주면서 결말의 비극을 배가시켰었다.


물론 의빈 성씨가 된 덕임이 실제 역사에서는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실제로 정조의 승은을 두 번이나 거절했던 의빈 성씨의 기록을 바탕으로,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 오히려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금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것이 젊은 층의 열광을 끌어낸 이유가 되기도 했다.


‘태종 이방원’ 또한 마찬가지다. ‘용의 눈물’부터 ‘정도전’과 ‘육룡이나르샤’ 등 이미 많은 작품에서 다룬 이방원의 이야기였다. 정통 사극을 표방하는 만큼 상상력을 가미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음에도 적절한 재해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우선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오히려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그간의 작품들에서는 흥미를 강조하기 위해 이방원의 극적인 면모가 더욱 강조되곤 했다.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면모를 강조, 강력한 군주로 각인이 되어 있다. 그러나 ‘태종 이방원’에서는 가족 중 유일하게 과거에 급제한 문인이라는 설정을 살려, 그가 어떤 고민을 하고 또 가족 내에서는 어떤 갈등을 했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추후 우리가 기억하는 이방원의 모습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 여느 드라마와의 차별점이 된 것이다.


여기에 그의 아내인 민씨(박진희 분) 활약상까지 함께 조명하며 새로움을 부여하기도 한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중요해지면서, 그간 놓쳐왔던 새로운 인물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현재 ‘태종 이방원’은 오랜만에 돌아온 대하사극의 반가움과 맞물려 젊은 층의 관심도 이끌고 있다.


결국 왜곡과 상상력·재해석이 분명 다르다는 것을 시청자들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 셈이다. 나아가 이를 구분하며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 왜곡 논란이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것은 시청자들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시청자들은 상상력을 제한한 적이 없다. 전달해야 할 역사적 사실은 놓치지 않되, 납득이 가능하고 깊이감이 동반된 상상력은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평 요소가 되고 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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