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학원·스터디카페·독서실 등 사교육 시설 방역패스 효력 중지
법원 "사실상 미접종자 권리 제한" VS 정부 "미접종자 보호 위한 필수 조치"
법조계 "법원, 기본권 침해 더 클 수 있다고 본 것…결정 번복하면 혼란만 더 가중될 것"
"법원 효력정지 결정, 기본권과 공익 사이 균형 찾아가는 과정…상황 따라 법원 판단 달라질 수도"
학원·스터디카페·독서실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에 제동이 걸린 지 하루 만인 5일 정부가 법원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해 항고심과 본안 소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 판단이 뒤집히기 어려워 정부의 방역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이 방역 정책의 최종 심사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4일 청소년 방역패스를 반대하는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단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해당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의무 적용 행정명령은 지난 4일부터 본안 소송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조치에 대해 "사실상 백신 미접종자 집단이 학원·독서실 등에 접근하고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백신 접종자의 이른바 돌파 감염도 상당수 벌어지는 점 등에 비춰보면 시설 이용을 제한해야 할 정도로 백신 미접종자가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방역패스가 일상회복을 위한 핵심적인 방역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의 시설은 환기가 어렵고 밀폐된 실내에 장기간 체류하는 이용 특성이 존재한다. 방역패스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를 코로나19 감염 및 확산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라며 강조하면서 즉시항고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항고심 판결이 뒤집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재판부가 "(정부의) 처분은 미접종자 집단이 학원·독서실 등에 접근하고 이용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헌법상에 명시된 교육의 자유·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하나 강신업 변호사는 "법원은 방역패스로 얻을 수 있는 공익보다 학습권, 영업의 자유 등 핵심적인 기본권의 침해가 더 클 수 있어 정부 당국의 처분이 부적절하다고 봤다"면서 "정부가 항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뒤바뀌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고, 결정을 번복하면 혼란만 더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가처분이라고 하는 것은 본안 판결이 있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중단시키는 결정으로, 하나의 잠정 처분이기 때문에 만약 불만이 있으면 본안 소송을 해서 그 부분을 다투라는 것이지, 가처분한 것에 대해 법원이 다시 다투라고 받아주지는 않는다"며 "정부가 즉시 항고를 했더라도 처분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민주 서정욱 변호사는 "학원과 같은 필수시설에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데, 정부가 항고하기보다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은 1심 판사의 전권이라고 봐야 하고, 이제까지 항고가 뒤집히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효력 정지 결정에 대해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공익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고, 상황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사 출신 박호균 변호사(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는 "안 좋게 말하면 우리가 군사정부나 독재정부를 거치면서 국가 주도로 하는 정책들에 대해 일정 부분 용인해주는 경향이 있는 것이고, 좋게 말하면 국민들이 다 같이 공익을 위해 잘 참아왔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법적 분쟁은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효율성 있는 방역정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항고심과 행정소송 본안에 대한 판단은 법리적 판단이 아닌 방역 상황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판결을 내릴 시점에 코로나19 확산이 어느 정도 해결되면 법원에서 현 판단을 유지하겠지만,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와 방역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정부의 손을 들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변호사는 이어 "효력 정지 신청은 엄격한 판단을 거치지 않고 한시적으로 인용 결정을 해준 것으로, 상대적으로 본안 판단은 정부가 법률을 위반했다 정도까지는 돼야 인용을 해줄 정도로 엄격하게 보수적으로 심리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의 재량권이 없어져 버리고, 우리들의 정치 리더가 민주적 정당성이 없는 법원이 돼 버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