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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고요의 바다’ 공유 “1등 하려고 드라마 만드나?”


입력 2022.01.10 11:14 수정 2022.01.09 23:15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서 한윤재 연기

"공상과학물이지만 인문학적 작품이기도"

“올해 제가 가장 잘한 일은 ‘고요의 바다’에 출연한 거예요”


으레 출연자들이 하는 상투적 표현도, 단순히 5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애정에서 나온 말도 아니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에 출연한 공유의 담담한 한 마디에서는 매우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넷플릭스

한국 최초의 우주 SF 스릴러물로 소개된 ‘고요의 바다’는 최항용 감독의 2014년 미쟝센 단편영화제를 통해 주목 받은 동명의 단편 영화를 시리즈로 확장시켰고, ‘마더’ ‘미쓰 홍당무’의 각본과 ‘안시성’ ‘키친’의 각색을 담당했던 박은교 작가가 힘을 보탰다. 특히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나서면서 공개 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대작이다. 그러나 작품이 공개된 이후 뜻밖에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다.


“SF라는 장르 때문이라도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거라곤 예상했어요. 어차피 작품별로 고유의 정서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부담감을 갖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큰 의미가 없죠. 다만 아쉬웠던 점은 조금 더 다양한 관점에서 봐주셨음 어땠을까 했어요. 어떤 수치나 결과가 절대적인 평가 기준이 될까봐 걱정은 되죠. 우리가 일등하려고 드라마를 만드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결과가 절대적 기대치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필수 자원의 고갈과 황폐해진 근 마리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공유는 극중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 중 한 명인 최연소 탐사 대장이자 ‘항공국 레전드’로 불리는 한윤재를 연기했다. 공유는 어린 나이에 높은 자리에 오른 한윤재를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해 거칠면서도 냉소적인 얼굴을 캐릭터에 담아냈다.



ⓒ넷플릭스

“제 입으로 말하긴 조금 부끄럽지만(웃음)…. 윤재가 가지고 있는 시니컬한 면이 저에게도 있거든요. 정의로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또 윤재가 갖고 있는 굳건함이나 책임감이 실제 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윤재의 고단함과 시니컬함이 얼굴에 묻어났으면 해서 조금 더 건조한 얼굴로 작품에 접근했죠. 늘 건조한 얼굴의 윤재가 딸 앞에서 딱 한 번 웃는, 그런 장면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아마 환경상 윤재도 많이 피폐해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얼굴에서 고된 아버지, 군인의 모습이 보여야 해서 표정도 별로 없고 감정도 잘 드러내지 않아요. 늘 윤재는 인상을 많이 쓰고 있지 않던가요? 하하.”


윤재라는 캐릭터도 공유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진짜 그를 이 작품으로 이끈 건 ‘고요의 바다’의 배경 설정과, 그 위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서사, 그리고 극의 균형을 잡아주는 약간의 유머러스함이었다.


“사실 제가 연기한 윤재라는 캐릭터에 애착이 간 건 맞지만 작품 자체가 더 크게 다가왔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제가 연기할 캐릭터 위주보다는 작품이 지향하는 지점이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 세계관, 기획의도 등 참신한 플롯에서 매력을 느껴요. 언제부턴가 작품 위주로 바라보고 선택하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고요의 바다’는 굉장히 인문학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필수자원인 식수 부족으로 여러 사람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 자원을 찾기 위해 달로 떠나고, 아이러니하게도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찾아간 달이라는 곳에서는 대체 자원인 물로 인해서 죽음을 맞이하는 내용이죠.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이것이 인류의 희망이 될 수도 있고, 금단의 열매가 될 수도 있겠다는 관점이 좋았어요.”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가 말하고 싶어 하는 양면적인 이야기는 결국 광활한 우주를 보여주기 우한 시각적 작품 보단, 인류가 처한 현실을 곱씹는 인문학적 작품이었다. “샤워하기 전부터 물을 틀어놓는 습관이 있었는데, 작품 촬영 이후 그 습관을 버렸다”는 공유처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물 부족’이란 설정은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경각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개인적으로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할지, 불특정 다수가 옳다고 하는 것에 몰려다니는 것 보다 각자 개인이 확실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소수의 사람들이 철학과 신념대로 얘기를 할 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처럼 송 박사와 한 대장의 맞부딪힘이 선과악의 대결이 아니잖아요. 끊임없이 그 갈등 속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철학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작품, 캐릭터에 대한) 고민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공유는 ‘고요의 바다’를 통해서도 조금은 성장한 듯 보였다. 이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수없는 연구와 고민의 잔재다. 공유는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도 공유는 늘 무언가를 찾아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다음이 더 기대되는 배우였다.


“언젠가는 직접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콘텐츠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죠. 작품을 기획하고 프로듀싱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정우성 선배를 보면서 반성을 하게 됐어요. 보통의 열정을 갖고 덤빌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큰 자극을 받았죠.”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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