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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멸공'에 숟가락 얻는 野나 발끈하는 與나 [최현욱의 저격]


입력 2022.01.12 07:00 수정 2022.01.12 05:02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정용진의 멸공 언급은 표현의 자유

왜 정치권이 스스로 이슈화 시키나

웃고 넘어갈 일을 '이념 싸움'으로

대선 D-57…이런 소모적 싸움 말고 미래 정책 경쟁해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지난 주말부터 정치권 뉴스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며 국민들 사이에 회자된 인물은 윤석열도 이재명도 안철수도 아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었다. 그가 자신의 SNS에 '멸공'이라는 해쉬태그를 단 게 화제가 됐고, 유력 정치인들이 이에 반응하며 정치권의 화두로 번진 것이다.


정 부회장은 정치적 의도로 이 같은 해쉬태그를 올린 것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가 '멸공', '방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반공산주의적 요소가 다분한 표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긴 했지만, 정치적 의도가 진정 없었는지는 본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타인에 직접적·물질적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정 부회장만의 개인 공간인 SNS에 멸공이 아닌 그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왈가왈부 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대선을 불과 57일, 두 달 안으로 남겨둔 상황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이 '멸공 논란'에 매몰돼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가 지난 주말 이마트에 방문해 멸치와 콩나물을 구입하며 자연스럽게 화제성을 이어받은 것은 선거에 출마한 후보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로 보인다. 대중의 감성에 공감하려는 의도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분위기에 휩쓸려 야권의 유력 인사들이 너도 나도 멸공을 외치며 이른바 '멸공 챌린지'를 만들어 내고, 급기야 "자유민주주의에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도 못하는가"라는 식의 입장으로 '이념 싸움'을 대선판의 한가운데로 끌고 오는 행위는 지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이슈를 '극단의 정치'로 몰아갔던 기존 정치권의 행태가 국민들의 '정치 혐오' 레벨을 상승시켰다는 사실을 항시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집권여당이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형태도 한심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는 12일 열리는 한국경영자총협회 간담회에서 신세계 그룹을 제외했다고 한다.


간담회 대상을 선정하는 데 개입을 안 했다고 해명했지만, 그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어줄 국민은 얼마나 될까. 기업 오너의 개인 SNS 활동은 말 그대로 개인적 영역이고, 국가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대선 후보가 대기업 총수와 간담회를 가지는 것은 공적 영역이다. 지금 국민은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되는 후보가 출마한 대선을 겪고 있는 것인가.


더 가관인 점은 신세계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이다. 진보 진영 지지자들의 자발적 캠페인인가 했더니,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이라는 자가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다"며 동참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내내 그토록 '반일'을 외치며 죽창가를 들어야 한다고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가. 반일감정을 자극시키는 죽창가는 괜찮고 '멸공'은 안 된다는 게 지금 집권여당 인사들의 인식이다.


그래서인가, '내로남불'의 대명사이자 죽창가의 선봉장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자신의 SNS에서 정용진 부회장 관련 게시물을 쉬지 않고 올리며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야 모두 정상이 아니다. 나라의 향후 5년을 결정할 대선이 불과 57일 남았다. 철지난 이념 싸움에 소모적으로 매몰돼 지켜보는 국민을 한숨 쉬게 만들 것이 아니라 미래를 보고 정책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


극단적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정치가 오히려 극단의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보고 있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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