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에 제품 마진 축소…4Q 실적 부진 전망
올해 중국 등 대규모 설비 증설 앞둬…공급과잉 우려
유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새해에도 원자재값 부담이 가중되면서 석화업계는 올해 상반기 마진(제품-원재료 가격차이)이 더욱 축소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이달 말부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들 3사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상반기와 비교해 대부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LG화학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컨센서스)는 1조48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84.1% 높으나, 사상 최대 기록을 달성한 2분기(2조1398억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4분기 영업이익이 196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로는 10.1% 증가하지만 1·2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80%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4분기 영업이익은 2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2% 늘어나나, 전분기 대비로는 0.8%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들 3사의 4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은 전체 실적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기초소재) 사업 마진이 원재료값 상승 및 정기보수 등의 영향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일 기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86.90달러이며, 두바이유는 86.35달러였다. 브렌트유는 88.38달러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유가가 오르니 나프타 가격도 뛰었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월 평균 가격은 747달러로 전분기(3분기)와 비교해 10.3% 상승했다. 석화 산업의 주 원료인 나프타는 원유에서 정제돼 나온다. 평균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나프타 비중은 70%를 웃돈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만큼 나프타 가격이 오르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석화업계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실제,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에틸렌-나프타 스프레드는 축소됐다. 4분기 평균 스프레드는 377달러로, 1분기 452달러, 2분기 430달러와 비교해 16.6%, 12.3% 낮다.
석유화학업체들은 NCC(나프타 분해설비)를 활용해 나프타를 고온에서 분해한 뒤 에틸렌과 같이 합성섬유나 합성수지를 만드는 기초원료를 생산한다.
원재료 상승분이 최종 제품 가격에 모두 반영되지 못하면서 수익은 더욱 감소했다.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ABS(고부가합성수지) 등 주요 석유화학 7개 제품과 나프타 사이의 스프레드는 1분기 794달러, 2분기 796달러에서 4분기 698달러로 떨어졌다.
상반기와 비교해 4분기 스프레드가 하락했다는 것은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지난 4분기 각각 대산공장과 울산공장 정기보수를 실시해 이 기간만큼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 부진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주요 국가의 록다운(시설폐쇄)로 판매가 위축된 영향도 작용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4분기 주요 화학제품 가격은 중국 경기 부진, 주요국 록다운 재개, 아시아 신규 증설 유입에 따른 공급 부담, 나프타 가격 상승 등으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말 비수기 시즌으로 대부분의 화학사들이 설비 정기보수를 진행하면서 물량 감소와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다만 4분기 중국의 전력난 등에 따른 석탄 가격 급등으로 이를 원료로 쓰는 PVC(폴리염화비닐), ECH(에폭시수지 원료) 등 일부 품목 가격은 오히려 상승해 석화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일부 방어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원재료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고,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불확실성도 지속되면서 업계는 올해 이익 개선이 더뎌질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나프타 가격이 유가 상승으로 777달러를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에틸렌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마진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대규모 글로벌 에틸렌 증설이 예고되면서 석화업체들의 공급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베스트증권은 "올해 글로벌 에틸렌 증설은 1232만t이 예정돼있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증설 순증이 수요 순증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BNK투자증권은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공급 부담과 원가 부담을 상쇄해야 하는데, 3월 이후 개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그 이유로 "중국의 전력난 완화와 동계 올림픽 종료로 제조업 가동률 상승이 예상되고 계절적으로도 전방산업 수요가 개선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석화업체들은 제품 수요 증가 외에 미국 허리케인 등 공급 축소로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달성한 반면 하반기는 정기보수,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올해는 수요 불확실성과 대규모 증설 이슈로 작년 상반기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